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856

게으른 목사

오늘은 비가 내렸다. 쉬는 날이라 늦잠도 잤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운동을 했을텐데, 날씨가 운동마저 쉬게 했다. 침대에 뒹굴다 느지막한 아침식사를 하고 유튜브를 시청했다. 연세드신 분이 북한강변에 멋지게 집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터키여행을 하는 여행객의 영상도 보았다. 여행을 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사태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절이니 언제가 될지. 한가로이 시골길을 거닐고 싶다. 지난 설 연휴 때 치악산 자락의 한적한 산길을 혼자서 걸은 적이 있었는데 참 좋았다. 은퇴 후 시골에 아담한 집을 짓고 살 생각을 한다. 그때를 위해 산나물, 산약초, 버섯 등의 이름도 조금씩 알아놓을 생각이다. 아직도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지나온 세월을 보면 멀지도 않았다. 시..

어떤 분의 헌금

어떤 분이 교회통장으로 두달째 헌금을 보내오신다. 모르는 분이다. 내 연락처에 이름이 없는 분이라 궁금하다. 글쎄, 그분은 나를 아는지 몰라도 나는 기억에 없는 분이라 더욱 궁금하고 감사하다. 어떻게 5만원 헌금을 보내주시는지. 주심교회를 어떻게 알았는지? 인터넷을 통해 알았는지? 교회 앞 전도를 통해 알았는지? 같은 지역에 사는 분인지? 누구를 통해 알았는지? 하여튼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주심교회를 위해 기도와 물질로 헌신해주시는 교회와 개인 후원자들을 위해 새벽마다 이름을 부르며 축복하며 기도하는데, 내일부터 그분의 이름도 불러가며 기도할 것이다. 주심교회를 개척할 때 도와주셨던 분들을 위해서도 꼭 축복하며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사람의 은혜도 기억하면서 기도로 축복하고 있다. 물..

작은 결심

오늘부터 연말까지 신약성경을 일독하기로 했다. 새해를 기다리며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목사로 늘 성경을 가까이하고 있으나 때로는 의무감에서 읽기도 한다. 올해는 주심 성경필사를 시작하여 주심가족들과 성경을 쓰고 있다. 연말까지는 주심가족들의 필체로 기록된 필사성경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주심교회 역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레위기와 히브리서를 썼다. 역사에 내 필체를 남기게 되었다. 한해가 저물어간다. 돌이켜보면 분주히 달려왔는데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일상이 비정상적이었다. 예배도, 목장모임도, 삶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예배 후 식사를 못하니 교제도 되지 않아 가족같은 작은 교회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좋아지리라 기대해본다. 성경으로..

떠나는 사람

주심교회를 시작할 때 함께 했던 권사님이 떠났다. 주심교회를 개척하고 알게 된 분이다. 어떤 권사님의 지인으로 왔다가 주심가족이 되어 지금까지 사명을 감당했다. 목장을 섬기는 목자로, 음악부장으로 아름답게 봉사했다. 함께 사는 딸 가정을 위해 집 가까운 교회로 갔다. 딸과 사위가 믿음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늘 마음에 짐이었는데, 가까운 교회라면 함께 교회출석하겠다는 딸의 말에 마음을 정했단다. 카톡방에서 나간 것을 보니 마음이 많이 서운하다. 3년 가까이 아름답게 사명을 감당해주신 분인데. 늘 긍정적이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가는 달란트를 가진 분,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재주꾼, 회의 때 담임목사 편에서 생각해주고 발언해 주었던 고마운 분, 천국갈 때까지 주심가족으로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자꾸 안전 안내 문자가 온다.

시도 때도 없이 안전 안내문자가 온다. 내가 살고 있는 강동구청은 그렇다쳐도 관련없는 각 구청에서도 오고, 인근의 하남과 구리시청, 경기도에서도 온다. 휴가를 갔더니 그 인근지역으로부터도 문자가 왔다. 중대본에서도 온다. 어디를 가도 위치가 추적되어 나를 숨길 수없는 시대에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수고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처음에는 문자가 오면 소리가 나서 번거로웠다. 이제는 설정을 바꾸어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여 다소 편해졌다. 소리가 날때마다 확인하는 것도 거추장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오는 문자 중 어떤 교회 예배 참석자는 선별진료소에서 즉시 진단검사를 받아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순간 그 교회 목사님을 생각했다. 얼마나 힘드실까? 교회에서 함께 ..

혼돈의 시대를 살며

요즘같은 혼돈의 시대에 살게 되다니. 10년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때를 나는 어떻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참과 거짓이 뒤틀린 시대. 과거에는 참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거짓이라고 부정하니. 과연 무엇이 참인지. 그리고 참과 거짓을 정치인들이 재단할 수 있는건지. 집권세력이 바뀔때마다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해야 하는지. 프레임을 씌워 시대와 인물을 재단하려는 모습이 오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뒤틀린 것인지. 잘못된 역사를 어디서부터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불행한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를 탓해야하는가.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누가 자유로울까?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면 지금의 잣대로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조상들 중에는 과연 부끄러운 사람이 없을까? 과거사를 정..

행사 후의 후련함과 보람

지난 6월 20일(토) 괴산에 있는 학생군사학교 대강당에서 육군학사장교 65기 기독신우회 세례식과 파송예배가 있었다. 55명에게 세례를 베풀고 26일 임관식을 앞둔 기독신우회원들과 함께 예배하며 파송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일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예배순서자와 세례자를 섭외하고 재정지원하는 일 등 여러 사람의 협조가 필요했다. 행사를 위해 문무대교회 목사님과 의논하며 준비했다. 코로나 사태로 최소한의 인원이 참석해야 했고, 성경책 100권과 기념품 등을 제공해야 했다. 육군학사장교 기독신우회원들 중에 맥별(기수별)로 인원을 제한해야 했고, 재정지원을 받아야 했다. 토요일이라 목사님들이 시간내기가 쉽지 않았다. 참석인원 파악하고, 현수막 만들고, 기념품 준비하고, 차량편 확인하는 ..

비전홀을 주신 하나님

비전홀 공사가 마무리되고 집기비품이 들어와서 이번 주일부터 사용할 수 있다. 공사시작 한 달만에 완성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중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었다. 예전에 건물주에게 임차인이 나가면 알려달라고 했었더니 연락이 왔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때였다. 1년간 임차료를 삭감해주는 조건을 제안했다. 교회학교 아이들 공간과 식사장소가 부족하여 고민하던 차였다. 기회였다. 다른 임차인이 들어오면 사용하고 싶어도 교회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섬김위원회에서 의논했다. 대부분 동의했지만, 한 명이 지금 상황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담임목사의 의견을 물었다. 다음세대를 위해 임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자 만장일치로 동의해주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고 있는 중에 모험을 한 것이다.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