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62

20분

“어스름 달빛에 찾아올 박각시나방 기다리며 봉오리 벙그는 데 17분, 꽃잎 활짝 피는 데 3분. 날마다 허비한 20분이 달맞이꽃에게는 한 생이었구나.” 시인 고두현의 시 ‘20분’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내가 게으름 부리며 허비한 20분이 달맞이꽃에겐 한 생애입니다. 내가 불평불만하며 보낸 한나절이 하루살이에게는 일생입니다. 고대 희랍의 시인 소포클레스가 말했듯이,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겨우 라면받침대로만 썼던 책 한 권은 어쩌면 지은이가 평생을 바친 눈물일 수 있습니다. 태산(泰山)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입니다. 인생의 성패는 20분 같은 작은 것의 관리에 있습니다. ‘견소왈명(..

설교/예화 2017.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