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357. 멋지신 아버님

하마사 2024. 10. 5. 13:16

어머님이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형제들이 보청기를 해드렸습니다. 귀 검사를 하여 지원대상이 되면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이비인후과 병원을 모시고 갔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갔습니다. 한데, 식당에서 우연히 아버님이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 일행을 만났습니다. 여섯 분이었는데, 모두 목사님, 사모님들이었고 먼저 식사하고 계셨습니다. 겸연쩍게 인사를 나누고 마음속으로 식사비를 계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아버님이 잠시 자리를 떴다 오신 후 함께 식사했습니다.

식사하면서 아버님이 동네 이웃집 사람에 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아는 그분은 땅 부자인데, 평생 소처럼 일만 하다가 죽었다고 하면서 세상에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밤낮없이 쉬지 않고 일하여 땅을 많이 사서 동네에서는 가장 큰 부자가 되었으나 돈이 아까워 짜장면 한 그릇도 제대로 사서 먹지 못했으며, 이웃에게 베풀 줄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노년에 병을 얻어 모은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죽었고, 하나 있던 아들은 술을 마시고 트랙터 운전하다 사고로 죽어서 지금은 며느리와 두 명의 손주가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맛있게 식사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식사 도중에 계산하려고 카운터로 갔더니 이미 계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목사님 일행 식사비까지 계산하신 거였습니다. 86세 어르신이 어떻게 그런 지혜와 민첩함을 가지셨는지 존경스러웠습니다. 최근에 다른 며느리가 용돈을 주었다며 목사님들을 센스 있게 그리고 기분 좋게 섬기셨습니다.

목사님들 덕분에 아버님이 사주신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가는 목사님 일행이 감사의 인사를 하는 걸 보면서 연로하신 아버님이 멋지게 보였습니다. 자식들이 드리는 작은 용돈도 멋지게 쓰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님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섬기는 교회 목사님 어깨가 일행들 앞에서 으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시골교회를 개척하여 평생 섬긴 후 원로 장로로 은퇴하여 몸으로 할 일은 없으나 지금도 매일 새벽기도로 섬기고, 목사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물질로 섬기시는 아버님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게 보였습니다. 주심교회에도 아버님 같은 멋지신 장로님, 일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의 소원을 품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