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람

김종훈 美 벨 연구소장

하마사 2012. 8. 30. 09:48

 

벤처신화, 서울대 졸업식서 첫 영어 축사

김종훈 美 벨 연구소장 "꿈꾸는 여정 떠나라" 격려

서울대 제공

"Cultivate kindness, keep alive the capacity to learn, and take that journey your dreams are urging you to take (선의를 함양하고,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세요. 마지막으로 꿈꾸는 여정을 떠나십시오)".

29일 오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 70년 전통의 미(美) IT 연구기관 벨 연구소 김종훈 소장의 영어 축사가 시작됐다. 서울대 학위수여식 역사상 첫 영어 축사가 시작되자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 찍기에 여념 없던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축사에 나선 김 소장은 중학교 때 미국에 건너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신문 배달원을 하다 IT 업계 거물로 떠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소장은 이날 'The pursuit of happiness(행복 추구)'에 관해 또박또박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10여분에 걸친 축사 내내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체육관은 기립박수로 가득 찼다.

축사가 끝난 뒤 김 소장은 기자에게 "행복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축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생은 분명히 월등한 인재입니다. 하지만 서울대 나왔다고 꼭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행복이지요."

중학교 2학년 때인 1975년 부모와 함께 미국 메릴랜드주로 건너간 김 소장은 흑인 빈민촌에서 살며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고 했다. 가난을 떨치기 위해 7년 동안 해군 핵잠수함 장교로 복무하다 1992년 유리시스템즈를 창업, '대박'을 냈다. 1998년 10억달러에 미국통신업체 루슨트에 유리시스템즈를 매각(본인 수입 5억달러·당시 7000억원),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갑부 반열에 올랐다. 2005년 여름 세계적 통신장비회사 루슨트테크놀로지스(현 알카텔-루슨트)의 벨 연구소 소장에 올랐다.

그는 대학생들을 만나면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고 했다. 자신이 삼성의 최고경영자, 구글의 최고경영자라고 상상해보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 뒤에도 여전히 '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면 비로소 천직(天職)을 찾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천직을 찾았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 소장은 "쌓은 지식으로 성공한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라며 "빠른 세상에서 계속 배워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김 소장이 이번에 영어 축사를 준비한 것도, 학생들에게 항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라는 의미가 컸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2/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