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더 강해지지 않으면 투자 외면 달라지지 않을 것"
-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발표되는 순간, 김기덕 감독(가운데)이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베네치아 후(後)의 김기덕은 베네치아 전(前)의 김기덕과 어떻게 달라질까?' 김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되자 영화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관심이다.
먼저 그에 대한 한국 영화계의 대접이 달라질지 여부다. 김 감독은 그동안 투자금 유치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해 작품 '아멘'과 '아리랑'은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지도 못했을 정도다.
영화 관계자들은 "베네치아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한다. 한 영화투자사 관계자는 "상업영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성보다는 대중적 코드"라며 "'피에타'보다 훨씬 더 대중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투자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김 감독 스스로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에 의존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타입"임을 지적했다.
다음은 김 감독 작품들의 '흥행' 여부. 김 감독은 '나쁜 남자'(2002)로 70여만명의 관객을 모았을 뿐 다른 작품들에선 평균 1만명 안팎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피에타'는 일단 '베네치아 후광(後光)'을 보고 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9일 2만8975명이 들어, 전날에 비해 1만명 이상 늘어났다. 3%대에 머물던 예매점유율도 10일 12%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는 '반짝 효과'일 수 있으며, 다음 작품이 얼마나 대중친화적이냐가 추후 흥행을 결정하는 관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 김 감독은 최근 베네치아에서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작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돈 때문에 서로를 해치는 사람들 이야기'와 '스포츠 스타·유명인 등 화려한 사람들이 일반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다룬 작품'이다"라고 했다.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대중과 거리를 둬온 김 감독의 행태에 변화가 올지도 관심사. 그는 최근 몇 년간 혼자 산속에 오두막을 짓고 칩거해왔고 언론과 접촉도 꺼려왔다. 하지만 '피에타' 개봉을 앞두고 방송 예능 프로에 출연해 다리에 새긴 물고기 문신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등 대중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었다. 그의 일상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해 12일 방송을 앞두고 있다. 베네치아 수상이 스스로 '열등감의 괴물'이라고 했던 김 감독 자신에게도 어떤 '치유 효과'가 있었는지는 그의 다음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듯싶다.
-조선일보, 201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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