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사라진 연락처

하마사 2012. 5. 31. 19:04

아이폰을 전화기로 사용하다가 약정기간이 끝나면서 갤럭시노트를 구입했다.

그동안 아웃룩으로 연락처를 동기화하여 편리하게 사용했다.

일정관리 등을 스마트폰으로 해왔기에 화면이 큰 기종으로 바꾸면서 사용하던 아이폰을 아들에게 주었다.

한데, 연락처가 동기화 되고 있는 계정을 삭제하지 않고 준 것이 문제였다.

아들이 자기 연락처를 입력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내 자료를 모두 날려버렸다.

전화기에서 삭제되면서 동기화되고 있던 아웃룩에서도 사려져버린 것이다.

다음날은 완전히 공황상태였다.

머릿속에 기억나는 전화번호는 열 개도 되지 않았다.

며칠 동안은 힘들었다.

누구 전화인지 알 수 없으니 스팸전화도 받아야 했다.

구역장 권찰님들께 사정을 알리고 오해하지 말라고 광고를 했다.

전화가 오면 누구인지를 먼저 질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모든 인간관계가 연락처에 들어있었는데 정말 깜깜했다.

중요한 자료를 백업하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다.

고민하며 복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던 중에 아웃룩의 휴지통에서 버려진 연락처를 발견했다.

여러 번의 작업 끝에 대부분 복구를 하고는 너무나 기뻤다.

지워졌던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모든 연락처가 사라져도 집, 아내, 양가부모님, 교회전화번호는 기억났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고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저장한 후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기억 속에 살아있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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