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람

조코비치-테니스 신동, 전쟁의 폐허 딛고 우뚝 서다

하마사 2011. 7. 5. 17:51

 

세르비아의 조코비치, 윔블던 우승… 새 황제 올라
코트 없어 물 뺀 수영장서 훈련, 나달·페더러 '2강 시대' 격파

샛별이 태양으로 변했다. 세르비아의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세계 랭킹 1위)가 4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2011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3대1(6―4 6―1 1―6 6―3)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월에 열린 호주오픈을 석권한 그는 올해 두 번째 메이저 우승에 성공하며 '황제'로 등극했다.

조코비치는 1990년대 수시로 나토군의 폭탄이 떨어지던 베오그라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베오그라드는 인종분쟁으로 '전 세계 도시 중에서 가장 여러 번 폐허가 된 곳'으로 불렸다. 6세 때 지역 테니스 교실에서 처음 라켓을 잡은 그는 제대로 된 코트도 없어 물을 뺀 좁은 수영장에서 훈련하곤 했다.

나달을 들러리 세우고… 어린 시절 물을 뺀 수영장에서 어렵게 테니스를 배웠던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왼쪽)가 남자 테니스의 새 황제로 등극했다. 4일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오른쪽)을 3대1로 꺾고 우승한 조코비치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숨어 있던 조코비치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세르비아의 명(名)코치 옐레나 젠시치였다. 메이저 대회 9회 우승한 모니카 셀레스를 키워낸 그는 여름 테니스 캠프에서 우연히 조코비치를 발견했다. 젠시치는 "다섯 살의 모니카 셀레스가 공을 치는 것을 봤을 때도 똑같은 느낌이었다"며 "그를 보자마자 '앞으로 힘들겠지만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나와 훈련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당시 여섯 살이던 조코비치는 "나는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고 테니스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조코비치는 연습시간에 늦은 코치에게 "나는 훈련할 시간을 잃는 것이 아깝다"고 화를 낼 정도로 소문난 연습벌레였다.

2003년 16세의 어린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조코비치는 2007년 US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다음해 호주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4대 메이저대회 4강에 모두 진출하면서 나달과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가 양분하던 남자 테니스계의 세대교체를 이룰 유망주로 꼽혔다.

하지만 2009·2010년 2년간은 번번이 나달과 페더러의 벽에 막혀 메이저대회 우승에 실패했다. 빠른 서브와 예리한 리턴이 위협적이지만 체력이 약해 장기전에서 쉽게 점수를 잃기 때문이었다.

이에 조코비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살을 빼고 러닝에 주력하며 지구력을 강화했다. 그 효과는 시즌 개막과 함께 41연승 행진으로 나타났고 나달과 페더러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부터 7개 대회를 연달아 우승하며 페더러를 끌어내리며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윔블던 결승에서 나달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이와 동시에 우승 상금 110만파운드(약 18억8000만원)를 손에 넣어 올해 상금만 760만8673달러(약 80억9500만원)를 벌었다.

나달과 페더러가 아닌 선수가 세계 랭킹 1위가 된 것은 2004년 이후 7년5개월 만이다. 올해 상대 전적에서도 나달에게 5전 전승, 페더러에게 3승1패로 앞섰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어릴 때부터 윔블던에서 우승하고, 세계 랭킹 1위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왔다"며 "앞으로도 챔피언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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