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출발' 韓人 이민자, 패션 제국 일구다
전세계 470여개 매장에 직원 4만여명… 美 '포에버 21' 장도원 회장
올 예상 매출 4조5000억원… 세계 최고 부호 540위 올라
압구정에 한국 2호점 문열어
"제 작은 바람이 하나 있어요. 새로운 땅에서 무일푼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포에버 21' 매장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인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한다면 꼭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포에버 21(Forever 21) 장도원(51) 회장의 입술 끝이 살짝 흔들렸다. 무릎 위엔 불끈 쥔 주먹을 얹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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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패션 업체 ‘포에버 21’의 장도원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신사동 매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의류 시장에서 대표적 저가 브랜드로 성공하게 된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cj1979@chosun.com
2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가로수길 '포에버 21' 2호점 개점식에서 만난 그는 "비가 오는데도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많은 고객을 보니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가슴이 벅찼는지 눈가가 촉촉했다.
미국의 낯선 이민자로 출발해 현재 미국·영국·캐나다·일본 등 전 세계 470여개 매장에 4만여명의 직원을 두고, 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 제국'을 이끄는 부호(富豪)가 된 그의 머릿속엔 많은 기억이 스치는 듯했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아이패드를 가져와 최근 폭스 뉴스에서 '포에버 21의 성공'을 특집으로 다룬 프로그램을 보여줬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에 맞서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에버 21을 집중 조명한 내용이었다. 패스트 패션이란 제조업자가 제조·유통·판매를 모두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저가(低價)의 상품을 2~3주에 한 번씩 빠르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춘 패션 업체다.
장도원 회장은 올 3월 기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간한 전 세계 부호 540위, 미국 내 부자 순위 187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포에버 21은 장 회장 일가가 전체 지분의 90%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명동에서 한 평(3.3㎡)짜리 커피배달 전문점 일을 했던 그는 1981년 21세의 나이에 '꿈' 하나만 가지고 미국행을 택했다. 장 회장은 "밑바닥 정신을 잃지 말자"고 자신을 다잡으며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처음 미국에 도착해 정말 안 해본 게 없습니다. 식당 접시닦이, 청소, 주유소 아르바이트…. 그때 이민 간 사람들이 맨몸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죠. 그러다 패션업에 눈을 떠 사업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가 지은 이름인 '포에버 21'은 '영원히 21세의 젊은 마음을 유지하자'는 의미다. 주 소비층인 20대를 겨냥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계속 지니자는 뜻도 포함됐다.
1984년 미국 LA에 야심차게 첫 가게를 열었지만 언어부터 문화까지 그에겐 넘어야 할 장벽이 정말 많았다. "우리 회사 얘긴 아니지만, 미국에선 호의로 했던 일이 소송으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했어요. 예를 들어 할머니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해서 문을 열어줬더니 다음주에 '화장실이 더럽다'며 소장이 날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니 적응해야 할 게 정말 많았죠.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이 오늘날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는 "우선 도전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국인의 정신 덕분에 이런 시스템으로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며 "우리는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 정신'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힘든 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도 '빨리빨리 정신'이 만들어준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평양을 자주 방문하며 아이들에게 직접 식량을 나눠주고 있다. 그동안 수십 차례도 넘게 평양을 다녀왔다. "그쪽 상황은 여기서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요. 굶어서 죽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데요. 동포 일인데,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도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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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패션 업체 '포에버 21' 장도원 회장이 25일 서울 신사동 매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의류 시장에서 대표적 저가 브랜드로 성공하게 된 비결을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아메리칸 드림 '포에버 21' 장도원 회장
경영철학이 있다면 - 무식할 정도로 은행돈 안 써… 하루를 살아도 의미있게 살자
1만원도 안되는 제품의 비밀은 - 많은 이에게 싸고 좋은옷 입히자
마케팅 비용대신 소비자에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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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하다 보면 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두 가지 노란색이 있다. 하나는 미국 택시의 상징인 '옐로 캡'이고 또 하나는 패션 브랜드 '포에버 21'의 봉투다. 뉴욕이나 LA 등을 가다 보면 가득 채운 노란색 봉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연매출 4조5000억원에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포에버 21'의 창업자가 바로 한국인 장도원 회장이다.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장도원 회장은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이었다. 라켓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마치 20대 같았다.
인터뷰 장소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새롭게 문을 연 대형 매장 5층.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장식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포에버 21의 발랄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상징이라 그가 직접 택했다고 했다. 단순히 옷을 파는 매장이 아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소로 만드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또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는 삶을 살자"는 것이 자신의 모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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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에 맞서 '포에버 21'을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킨 장도원 회장은“한국의‘빨리빨리 정신’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ocj1979@chosun.com
―어떻게 이 같은 사업을 하고자 마음먹었는지.
"LA의 내가 사는 동네가 의상실이 즐비한 의상 거리예요. 거기 주인들은 다들 좋은 차를 타고 다녔죠. 어린 마음에 그들이 부럽기도 했고, 또 좋은 옷은 가격이 워낙 비싸 나 같은 사람들은 쳐다보기만 했었어요. 그래서 '좋은 옷을 싸게 입자'는 생각에 이 업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1984년에 '패션 21'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열었고, 곧 포에버 21이라고 상호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금 수십 개 나라에 진출해 일해보니까 한국 사람의 '빨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어요. 몇몇 사람들은 어렵게 나온 아이디어를 놓고 '나도 그거 생각했어' 하는데 실제 행동은 못 옮기는 경우가 많죠. 우린 일단 시도하고 봅니다. 그 '빨리 정신'이 성공의 바탕이 됐어요."
―어려운 적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대가를 많이 치렀다고 할까? 문화나 법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알고 한 게 아니고 모르고 했던 일이 많았어요. 그만큼 대가를 치렀죠. 하지만 그게 나중엔 큰 도움이 됐어요. 더 많은 공격을 받으니까 더 많은 준비를 했고, 더 단단해졌죠. 당시엔 힘들었지만 그게 지나고 보니까 축복이었어요. 밑바닥까지 어느 회사보다 더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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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에버 21’ 가로수점…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포에버21’ 매장에서 고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서울 명동 1호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 ‘포에버21’ 가로수점은 지하 1층~지상 5층으로 구성된 대형 단독매장이다. /연합뉴스
―1만원도 되지 않는 제품들이 즐비한데. 이 가격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 직원 중에선 럭셔리부터 맨 밑까지 어떤 옷을 어떤 가격에 팔고 있는지 다 꿰뚫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 공장 중엔 럭셔리 브랜드 제품과 우리 제품을 같이 생산하는 곳이 꽤 있어요. 럭셔리 브랜드는 원가 25달러짜리를 1500달러에 팔고, 우린 원가 15달러짜리를 30달러에 팔아요. 우린 마케팅 비용을 들이는 대신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주려고 하는 거죠. 패스트 패션은 싸고 품질 나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입을 옷이기 때문이죠."
―경영 철학이 있다면.
"글쎄. 아주 단순해요. 순리대로 살자는 것. 전 그동안 사업하면서 은행 돈을 한 번도 안 빌려 썼어요. 나쁘게 얘기하면 무식한 거고(웃음). 좋게 얘기하면 없으면 안 하고, 있으면 하자는 것이죠. 지금은 매우 커 보이지만 우린 27년이나 된 회사예요. 이만큼 크는 데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어요. 금방 된 게 아닙니다. 유통사업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있다고 무리하게 확장해서 되는 사업이 절대 아니죠."
―그래도 지난해 세계 패션 중심지에 매장을 줄줄이 오픈했다. 목표나 계획이 투철했을 텐데.
"작년 신년사에 '올해 목표는 직원 7000명을 더 고용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그것이 도와주는 일이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가게를 여러 군데 오픈했어요. 항간에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표현도 있었는데, 좋은 마음으로 도전했더니 결과도 좋았죠. 경제가 어려우니까 건설 비용도 쌌고, 건물 임대 조건도 좋았고, 직원도 좋은 사람을 구했어요. 결과적으로 1만명 이상을 고용했습니다."
―패션업계에선 '어느 날 성공하면 그 다음 날 퇴출당한다' 얘기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차별점이라면.
"다민족 회사이다 보니 팀워크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우리 회사는 좀 달라요. 보이지 않는 팀워크가 있다고 할까. 우리 회사는 '스타'가 없어요. 대신 한국의 '끈끈한 문화'가 밑바닥까지 깔려 있죠. 모든 직원이 김치찌개를 같이 먹으니까.(웃음) 회식문화는 없지만 동료 의식은 투철합니다. 이건 가족들 얘긴데 휴가는 안 가도 오지 선교는 갑니다. 힘들고 어려운 걸 즐거워하니까. 그런 게 겸손할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아요."
―글로벌 회사의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사장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직원들과 같은 팀원이라는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에요. 동료를 저 멀리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함께 연결되어 리드하는 것이 내가 지키려 하는 경영 철학이죠."
―앞으로 목표는?
"이제 호주, 남미, 유럽 등 새로운 세계에 또 뛰어들어야 합니다. 모든 기회는 성장과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죠.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을 만족하게 하고 좀 더 글로벌한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포에버 21
포에버 21(FOREVER21)은 미국의 대표적인 캐주얼 의류 브랜드로, 빨리 만들어 빨리 유통시키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다.
1984년 미국 LA에 첫 매장을 연 이후 현재 미국 46개 주와 캐나다·일본·유럽 등에 470여개 매장을 운영한다. 한국에는 지난 2008년 10월 서울 명동에 1호점을 오픈했고, 지난 25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2호점을 열었다.
2009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 강화해 일본 긴자를 비롯해 영국 런던 명품 거리에 대형 매장을 연 데 이어 내년엔 명품의 중심인 프랑스 파리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패션 브랜드가 최근 2~3년 사이 미국발 경제 불황에 휘청였던 반면 포에버 21은 오히려 성장한 브랜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201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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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선정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 39위 장진숙씨]
포에버21의 공동 창업자로 미국서 손꼽히는 패션브랜드
세계 500여개 매장 운영 중… 자수성가 美 억만장자 여성
부부는
미국으로 건너온 지 3년 만인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39㎡(12평) 규모 매장을 열었다. 남편은 봉제업체를 돌며 원단을 구해오고, 아내는 가게를 지키며 재봉틀로 셔츠를 만들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이 부부가 공동 창업한 옷가게는 미국 전역으로 점포를 쑥쑥 늘려나갔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 '재봉사' 아내는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미국 패션 브랜드 '포에버21(Forever 21)'
장진숙(48) 공동 창업자의 성공 스토리다. 포에버21 장진숙 공동 창업자는 포브스가 24일(현지 시각)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39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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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가운데 39위로 한국계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장진숙(왼쪽) 포에버21 공동창업자. 오른쪽은 남편 장도원 회장이다. /연합뉴스
장씨는 미국의 대표적 패션 브랜드 포에버21 장도원 회장의 부인이다. 장진숙이란 이름은 남편의 성(姓)을 딴 것이며, 본명은 김진숙이다.
포에버21은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일본 등 전 세계에서 5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도 2008년 명동에 1호점을 열었으며 올 6월에 2호점을 압구정동에 열었다. 올해 전체 매출 예상액이 4조5000억원에 이른다.
포에버21은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에 맞서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fast) 패션 브랜드로 꼽힌다. 패스트 패션이란 제조업자가 제조·유통·판매를 모두 담당해 저가(低價)의 상품을 2~3주에 한 번씩 빠르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춘 패션을 말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쉴 새 없이 제품을 쏟아내기 때문에 매장은 늘 신상품으로 넘쳐난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에버21의 고객 70%가 월평균 3.7회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장진숙 포에버21 공동 창업자는 자수성가한 미국 억만장자 여성 6명 중 1명이기도 하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남편인 장도원 회장 역시 지난 3월 포브스가 "미국 내 부자 순위 187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6월 한국 2호점인 포에버21 압구정점 오픈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장도원 회장은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패스트 패션업계에서 성공하는 데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이 큰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꼽혔다. 2위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장관이 차지했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3위로 뒤를 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9위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지난해 1위에서 올해 8위로 내려앉았다.
여성 CEO로는 인드라 누이 펩시콜라 CEO가 가장 높은 순위인 4위에 선정됐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66위에서 올해 5위로 뛰어올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성장세를 실감케 했다. 언론인 부문에서는 뉴욕타임스 첫 여성 편집국장이 된 질 에이브람슨이 올해 처음 순위권에 진출하면서 12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 201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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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자수성가한 여성 부자 1위는 한국계
'포에버21' 창업자 김진숙씨
매장 500개·직원 4만명, 순자산 5조500억원으로 포브스 선정 1위에 올라
- ‘포에버21’을 남편과 공동창업해 매출 4조5000억원의 세계적 의류 회사로 키운 김진숙씨. /연합뉴스
의류 브랜드 '포에버21'의 창업자 김진숙(49·미국명 장진숙)씨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 자수성가한 갑부 여성 1위로 뽑혔다. 김씨의 순자산(남편과의 공동재산)은 45억달러(약 5조500억원)에 이른다.
포브스는 '2012년 미국 400대 부자'를 조사해 순위를 매겨본 결과, 김씨가 '토크쇼의 여왕'오프라 윈프리(27억달러·이하 순자산) 등을 제치고 자수성가한 갑부 여성 1위에 올랐다고 19일 밝혔다. 의류브랜드 갭(GAP)의 도리스 피셔(28억달러), 건설 자재 공급업체 ACB서플라이의 다이엔 핸드릭스(29억달러)보다도 앞섰다.
김씨는 같은 부문에서 작년에는 자산규모 22억달러로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 중심지에 대형 매장을 세우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며 시장을 넓혀갔다. 세계 경제가 악화됐지만,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저렴한 옷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포에버21의 매출도 올랐다. 김씨가 미국 내 전체 부자 순위에서 작년보다 9계단 뛰어 79위에 오른 배경이다.
김씨의 성공은 쉽지 않았다. 그는 1981년 남편 장도원씨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말이 통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던 부부는 식당에서 접시닦이, 사무실 바닥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며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고생 끝에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 '패션21'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옷 가게를 열었다. 이후 부부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반영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21'로 개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성공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부부는 소비자들 욕구가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하고 곧바로 옷 디자인에 반영해 시장에 내놓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첫해 3만5000달러였던 매출을 이듬해 70만달러로 끌어올렸다.
성공했다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서서히 듣기 시작했지만 부부는 자만하지 않았다. 나라별 유행의 차이를 파악해 시장을 공략하는 등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아 나갔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일본 등 전 세계에 500여개 매장과 4만명의 직원을 가진 업체로 키웠다. 올해 매출액은 4조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부는 작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플' 39위에 선정됐다. 이들은 필리핀의 교육시설 건립을 위해 340만달러를 기부하고 수십 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아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2012/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