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7억 기부 약속한 인터넷 스타강사 배인호씨
강의하는 이유 - 공부가 괴로운 것 알기에 고통에서 구원해주고 싶어
왜 기부하나 - 돈 없어 공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알기 때문
앞으로 계획은 - 강의 수익 모두 모아서 가난한 학생 무료학교 설립
"제가 별명이 좀 많은데 그중에 '배칠수'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성이 배씨이고 서울대 들어가려고 7수(修) 했으니까요."
21일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인강(인터넷 강의) 스타 강사 배인호(28)씨는 "저처럼 별명이 많은 사람도 드물 겁니다. 구불구불 살아서요"라며 말을 꺼냈다. 지난해 사교육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인터넷 동영상으로 '독설 강사'라는 별명을 얻고 괴짜로 알려졌지만, 그는 정중하고 공손했다. 인터뷰 약속 시간에 5분 늦은 그는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 ▲ 21일 서울 방배동 수험의 제왕 보습학원에서 스타강사 배인호씨가 자신의 수험생활 및 서울대 7억원 기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배씨는 지난 20일 서울대에 매월 110만원씩 20년간 납부해 자신이 숨진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7억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배씨는 "인강계의 이단아였던 제가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되니 어리둥절하네요"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특급 스타로 통한다. '인강 강사로는 유일하게 언어·수학·외국어를 전부 강의하는 강사', '그러면서도 인성 교육과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괴짜', '가르친 학생의 90%가 성적이 올랐다는 강사' 등의 수식어가 붙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에서 꼴찌에 가까운 실력이었다가 무려 7번의 도전 끝에 서울대 사범대학에 입학한 배씨의 경력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수험생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수험의 제왕'이다. 수험의 제왕은 그가 근무하는 학원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수험의 제왕은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면서 "안티(반대세력)팬들이 붙여준 배칠수라는 별명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배칠수'라는 별명에는 7수 끝에 서울대 입학에 성공한 배씨의 인생 역경이 담겨 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0년 학교를 자퇴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도 이유였지만, 반에서 38명 중 34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못하는 자신을 무시하는 학교가 싫었다고 했다. 자퇴를 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공부를 못해서 죽고 싶었지만, 죽을 바에야 죽을 만큼 공부에 매달려보자"였다고 했다. 2001년 전국 모의고사에서 그는 70등의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입시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한 번 70등을 하고 나니 목표가 높아져서 서울대 법대가 아니면 들어가기 싫었던 것이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2003년에는 배가 고픈데 돈이 없어서 무작정 군대에 갔다. 그렇게 7번이나 수능시험을 보게 됐고, 결국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배씨는 "7수의 과정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7번이나 입시를 직접 경험하면서 교육과정을 그야말로 철저하게 연구했고, 2007년 잠시 입학했던 제주교대에서 '전인교육'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2008년 서울대에 입학하고 그해 6월부터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인터넷 강사로도 나섰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인강의 '1타 강사(가르치는 과목에서 수강생 숫자가 1위인 강사)'들을 "교육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인간들"이라고 비판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속이 시원하다"는 호응만큼 비판도 컸다. "자기도 사교육으로 돈을 벌면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이 거셌다.
"돈이 목표가 아니면 왜 학원 강사를 하느냐"고 묻자 목소리가 커졌다.
"내가 입시교육을 하는 이유는, 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공부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기 때문에 수험생들을 그 고통에서 구원해주고 싶어서입니다. 내가 번 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 공부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강의를 통해 얻은 수익 전액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언젠가 이 돈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세우려고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