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늦게 집에 갔더니
집사람이 어떤 분이 선물을 보내오셨다고 하며 인사전화를 드리라고 했다.
잣을 정성스럽게 담은 작은 종이상자였다.
약 15년전에 서로 다른 교회를 다니고 있던 나와 집사람을 만나게 해주시고
결혼식 주례까지 해 주신 목사님이 보내신 것이었다.
개척교회를 섬기시면서 정기적으로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도 좋지않아
어렵게 목회를 하고 계신 목사님이시다.
몇년 전부터 매월 일정액을 남몰래 돕고 있었는데
목사님은 그것을 늘 고마워하신다.
부담을 느끼실까 하여 최근에는 연락도 드리지 않고 찾아뵙지도 않고 있는데
목사님은 그 마음을 아시고 작은 선물로 안부를 전해주신다.
젊으실 때는 힘차고 활기차게 목회를 하셨기에
전화로 인사를 드리면서 그 목소리를 기대했지만
연세가 드시고 건강이 약해지자 예전의 그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하더니
이제 세월이 목사님을 많이 약하게 만드신듯 했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면서 선물을 보내고 받는 일들이 많아질텐데
선물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평소 은혜를 끼쳐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선물을 드리는 것이지만
은혜를 입은 분에게 선물까지 받고 보니
갑절의 은혜에 보답하며 살아야 할 책임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분들로 부터 은혜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그분들 한 분 한 분에게 선물로 감사의 인사을 드려야 하건만...
이번에도 그냥 마음만 품고 감사해야 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항상 빚진 자의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