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섬기는 교회의 가브리엘찬양대와 교역자들간의 축구시합이 있었다.
일년에 한두번 할 수 있는 축구시합이라 다소 생소한 감이 있었다.
교역자들은 일단 폼이라도 멋있어야 한다며 축구복을 단체로 구입하여 시합에 임했다.
전후반 30분씩하기로 하고 휘슬이 울렸다.
마음먹은대로 공이 가주지를 않았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하다.
공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여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가기도 한다.
헛발질도 한다.
군대에서는 그래도 수비역할을 잘 감당했었는데...
교역자들중에는 고참이라 우측미드필더 자리를 배정받아 열심히 뛰었다.
골대 앞에서 어정거리는데 발 앞으로 볼이 와서 엉겹결에 골대안으로 찼더니
골인이었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목사 1호골이라며 동료목사님이 축하해준다.
위치선정이 잘 되어 어부지리로 넣게 된 골이지만 그 기쁨은 대단했다.
내가 넣은 골로 인해 전반전은 2:0으로 이겼다.
후반전은 교체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그런데 자기 포지션을 지키지 않고 수비가 공격으로 올라가고
수비들도 실수를 자주 하여 무려 4골을 먹고 말았다.
한골을 만회하여 3:4로 경기는 패했다.
벤치에서 시합을 지켜보면서 패인을 분석해보았더니
자기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전반전에는 수비가 든든하여 한골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후반전에는 수비들도 골을 넣겠다고 공격으로 나서고
허술한 수비선수들이 그 자리를 메꾸지 못해 결국 무너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자기자리를 잘 지켜야
그 조직이 든든하고 건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끝까지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감당할 때 승리는 보장될 수 있으리라.
역전패를 당하며 큰 교훈을 얻게된 흥미로운 축구시합이었다.
그리고 실력으로든 어부지리든
골인은 같은 골인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 또한 흥미진진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