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304. 고향의 추억

하마사 2023. 9. 30. 13:56

추석 연휴를 맞아 부모님이 계신 원주와 장모님이 계신 충주를 다녀왔습니다. 수요기도회를 마치고 출발하였으나 비교적 원활한 교통상황이라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고 서울로 돌아올 때도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만나 함께 식사하며 교제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몇 가지 고향의 추억을 경험했습니다. 부모님 집에 있는 호두나무 꼭대기에 매달려있던 몇 개의 호두를 나무에 올라가 땄습니다. 처가에서는 야외에 설치한 솥에 불을 지펴 옥수수 삶는 일을 했고, 밭에서 고구마 캐기를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삼겹살 파티할 때 삼겹살 굽는 일을 했습니다.

많은 가족이 모이니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의 수고가 컸습니다. 아내는 시댁에서도, 처가에서도 주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 미안했습니다. 명절 때면 일하는 사람만 일하는 듯합니다. 일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 가도 일거리가 많습니다. 반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은 일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은 일하지 않는 사람의 몫까지 해야 하니 분주한 명절이 될 수밖에요. 이런 일로 가족 간에 마음이 상하고 화목이 깨어지기도 합니다. 즐거운 명절이 되려면 누군가는 헌신하고 섬겨야 하는데, 몸은 고달파도 섬기며 사는 게 좋습니다. 그나마 부모님이 아내의 수고를 알아주신 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구마를 캐면서 줄기를 걷어내고 땅속에 있는 고구마를 조심조심 캐어야 했습니다. 호미질을 잘못하면 고구마가 쪼여 상처가 났습니다. 땅속에서 빨간 고구마가 드러날 때 신기했습니다. 농부들이 땀 흘려 수고하는 이유가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을 얻기 때문일 것입니다. 목회의 기쁨도 이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땅 밑에 감추어진 고구마를 캐듯이 영혼을 수확하는 기쁨이 있을 때 보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불을 피워 옥수수를 삶으면서도 배운 게 있습니다. 불을 처음 피울 때 시간이 걸렸습니다. 종이에 불을 붙여 마른 나뭇가지에 옮겨붙이고 굵은 나무에 붙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굵은 나무에까지 불이 붙자 강한 화력이 되어 솥에 있는 물을 끓여 옥수수가 삶아졌습니다. 교회 부흥도 그렇고 모든 삶의 영역이 이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을 피우기가 힘들지 불길이 옮겨붙으면 놀라운 능력이 생겼습니다. 또한 삼겹살을 구우면서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게 좋았습니다. 식구가 많아 미처 굽기가 무섭게 없어졌으나 배부른 사람이 늘어나자 점차 먹는 속도가 줄어들고 나중에는 천천히 마음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남을 배부르게 하면 내배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해마다 맞이할 명절을 이런 마음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년에도 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도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꼰대기질이 심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주심교회 > 목회자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6. 채우시는 하나님  (0) 2023.10.14
305. 3할 타자처럼  (0) 2023.10.08
303. 한 명의 힘  (0) 2023.09.23
302. 교파와 교단, 노회를 소개합니다.  (0) 2023.09.16
301. 삶공부 신청받습니다.  (0)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