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225. 무거운 짐

하마사 2022. 3. 26. 13:23

    사람은 일생토록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어릴 때 지게를 진 경험이 있습니다. 짐이 무거우면 일어나지 못하거나 뒤뚱거리며 불안하게 걸어가야 합니다. 또한 리어카로 짐을 날라본 경험도 있는데, 짐이 무거울수록 힘들기 마련입니다.

    이런 짐 말고도 무거운 삶의 짐이 있습니다. 저는 5남매의 장남이라 때로는 그 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시골에 계셔서 늘 신경이 쓰입니다. 얼마 전 두 분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찾아뵙지도 못하고 소식만 듣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어머님이 얼굴신경 마비 증상으로 입과 눈이 틀어지는 구안와사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는데, 형제들이 번갈아 가며 돌보는 일로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리고 형제들 사이에 불화가 생겨 말승강이를 벌일 때면 속상하고 형의 자리를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두 아들의 결혼과 베트남 취업을 앞두고 아비로서 갖는 마음의 짐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장남으로, 형으로,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여러 역할을 감당하고, 그리고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노회에서 노회장으로, 어떤 공동체에서 회장으로, 총무로 섬길 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주님의 심장으로 사랑하고 섬긴다고 하면서도 억누르는 무게가 버겁기도 합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될 때는 그나마 짐이 가볍지만,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일이 생기면 지게에 돌덩이를 지고 가듯이 비틀거릴 때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주심가족 모두가 이런 짐을 지고 가는 것이겠지요. 저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족의 문제, 자녀의 문제, 건강의 문제, 일터의 문제, 경제적인 문제, 관계의 문제 등 오늘도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대신 질 수 있는 짐이라면 마음이 한결 가볍지만, 혼자서 져야 할 짐이라면 힘에 겹습니다.

    예수님은 짐을 맡아주시는 분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11:28) 말씀하시며 우리를 쉬게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복음입니다. 무슨 짐이든 대신 그 짐을 져 주시겠다는 위로의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목사이면서도 혼자서 끙끙거릴 때가 있습니다. 믿음 없는 목사의 부끄러운 민낯을 공개합니다. 한편으로 그만큼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오늘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저와 같은 주심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