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151. 한글과 성경

하마사 2020. 10. 10. 13:38

    만약 한글이 없었다면 한문으로 된 성경을 읽고 필사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성경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제가 한글날이었습니다. 수년 전 국민일보에 실린 김정우 칼럼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만약 누군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교회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글 성경번역이 결코 그 명단에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 긴 세월 한자문명의 지배 아래에 살아왔기 때문에, 19세기 말까지도 우리의 문맹률은 아주 높았으며 웬만한 동네에는 글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세종 대왕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문자를 창제해 주었지만(1446), 중화주의에 함몰된 조선의 지성인들은 한글을 암글이라 멸시하며, 문학과 역사와 사상과 종교를 담아낼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다. 물론 그들은 불경도 유교의 경전도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글이 경전 가운데 경전인 성경을 완벽하게 담아내었을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세종의 꿈은 비로소 실현되었다.

    100년 전 우리에겐 한글이 성경을 만나고, 성경을 한글로 담아내는 한글과 성경의 융합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문명사적 사건이었고, 교회 부흥의 모체였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한류의 원동력이었다. 초기 성경번역위원회에서는 성경은 본 말뜻도 구비하고 대한 말도 순순히 하여 알아보고 공부하기 쉽게 번역해야 한다는 번역 원칙을 가졌으며, ‘입말에 가까운 셩경젼셔’(1911)를 만들어 내었다. 물론 성경 보급과 번역에는 희생도 있었다. 처음 성경을 전달하려던 토머스는 대동강에서 순교하였고, 첫 성경전서를 완성하기 위하여 목포로 가던 아펜젤러는 군산 앞바다에서 선박 사고로 순교적인 임종을 하였다.“

    지금 읽고 쓰는 성경은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순교로 우리 손에 들려진 책입니다. 그분들의 공로를 생각하며 필사한다면 더욱 은혜가 되겠습니다. 한글로 하는 성경필사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임을 고백하며 감사함으로 필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