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호프집에서

하마사 2018. 2. 10. 13:29

어떤 남자 집사님과 호프집에 갔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전에는 소주집에도 여러 번 갔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하여 만나자고 한다.

이번에도 어려운 일이 생겼고 함께 식사하자고 하여 식당으로 가려했으나 가까운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교인들이 볼지 모른다며 내가 잘 보이지 않는 자리로 안내했다.

치킨 반마리와 참이슬 한 병을 주문했다.

본인이 혼자 드시면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들어주는 것만도 치유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상담을 공부했기에 실제로 경청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가정에 여러 아픔이 있었다.

소주잔이 비면 가끔씩 잔을 채워주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자리에 앉아본 경험이 많아 어색하지 않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목사에게 미안해하기도 했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아픔과 하소연이었다.

호프집에서 가슴 아파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목회이다.

한 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이 내게는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분에게는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다.

가정이나 일터를 방문하는 심방도 귀하지만 때로는 호프집 심방도 필요하다.

목사가 다른 사람의 이목이 두려워 호프집에 가지 못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지 못할 수가 있다.

호프집이라도 한 영혼이 예수님께로 돌아올 수 있다면 기꺼이 갈 수 있는 목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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