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양을 빼앗는 목사라니!

하마사 2018. 2. 1. 07:50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무심코 던졌겠지만 뼈아픈 말이었다.

떠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전에 섬기던 교회 성도들에게 일절 연락을 하지 않는다.

송별회를 하면서 개척교회가 자리잡힐 때까지 예배 봉사해달라는 말은 했었다.

처음에는 자리가 썰렁 할 테니 예배드릴 때 자리를 채워달라는 부탁이었다.

공식적으로 했던 부탁이었다.

16년을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였고 14, 16년동안 두 교구를 섬겼으니 그 정도 도움은 요청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교회가 어려울 때 앞장서서 일했고 그 일로 많은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게 사역을 감당했으니 개척할 때 그 정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주자 봉사를 위해 개인적으로 부탁드린 분이 있었다.

예배를 위해 반주자가 필요했기에 도움을 청했지만, 한 분에게 거절당하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그런 부탁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지금껏 그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한데우연히 만난 분과 대화를 하는 중에 자기 구역식구를 주심교회에 빼앗겼다는 말을 했다.

듣는 나로서는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화가 났다.

스스로 등록을 하셨는데 내가 빼앗아왔다니!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주심교회 오라고 한마디 한적이 없다.

그런데 빼앗아왔다니!

설령 오라고 한다고 오는 것인지?

내가 강도가 된 느낌이다.

주심교회로 오지 않으면 해코지를 하는 강도라니.

너무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목회하지 않았고 그런 목사로 살지 않았는데.

주변에서는 너무 점잖게 목회하지 말고 전화도 하고 도움을 청하라고 하지만 거절해왔다.

그런데도 양을 빼앗아오는 목사로 취급받다니...

그런 취급을 받는 목사가 된 것이 창피하고 모욕적이다.

그렇게 말했던 한 사람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교회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또 들리는 말에 사임하기 전에 교인들에게 개척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다고 한다.

묻는 분들에게 답변 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말했다니.

사람들과 목회에 대한 회의감이 생긴다.

한편으로 그 교회에서 있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오직 하나님을 바라본다고 하지만, 이런 취급을 당할 때 흔들린다.

내 목회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지나가는 말이겠지만 내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되었다.

개척을 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다짐이 송두리째 물거품이 된 기분이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서운한 사람들이 많다.

한편으로는 철저히 하나님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람들이라 감사하기도 하다.

마음 한 편에 묻어두며 살려고 하는데, 양을 빼앗아 가는 목사 취급을 당하고 보니 마음 속 깊이 가라앉아있던 흙탕물이 일순간에 올라온다.

아침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싫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이 잊혀질까 글로 남기고 싶다.

교회가 어려울 때 앞장서서 고통을 감내했던 목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어야 한다.

도움을 못 줄망정.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목회를 할 수 없다.

하나님만은 내 마음 중심을 아신다.

그만큼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성도들이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분들이다.

눈물 나게 감사한 분들이다.

평생을 함께 하고 천국에서도 영원토록 사랑하고 감사하며 섬길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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