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 지은이의 친구 고은이가 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은이와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지은이 아빠인 것을 몰랐다.
반갑게 인사를 받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집에 갔더니 지은이가 고은이 이야기를 전했다.
나에 대하여 물어보면서 아빠가 맞느냐고 확인했단다.
고은이의 표현이 걸작이었다.
머리가 크고, 깻잎머리를 하고, 졸린 목소리를 가진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머리가 크고, 깻잎머리는 이해가 되지만 졸린 목소리라니?
이유는 말을 천천히 했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바빠서 빨리 가야하는데 말을 천천히 하여 짜증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설교 잘한다는 칭찬은 잘 듣지 못해도 목소리 좋다는 소리는 여러 번 들었는데 졸린 목소리라니.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준과 달랐다.
말을 천천히 했던 것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지은이는 말 좀 빨리하라고 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배려한다고 천천히 했던 말이 오히려 이럴 줄이야.
지금까지 몰랐던 또 다른 나에 대하여 알았다.
깻잎 머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
머리가 큰지 몰랐다가 알게 된 머리 큰 사람,
거기에 졸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또 다른 나였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말할까?
궁금해진다.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말씀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