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설을 보내고 오면서 가래떡을 가져왔다.
장모님이 딸에게 주신 정성어린 선물이었다.
딱딱하여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며 아내는 가래떡 썰 걱정을 했다.
기분 좋게 아들이 도왔다.
몇 개를 썰고는 나에게로 일이 돌아왔다.
아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썰어보니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가 아내에게 무리가 될 듯해 끝까지 함께 썰었다.
말랑말랑한 가래떡도 시간이 지나면 칼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굳어졌다.
가래떡을 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도 가래떡처럼 경직될 수 있겠다는 생각.
가래떡은 양손으로 눌러서 썰 수 있지만 굳어진 마음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긴 가래떡을 썰지 않고 떡국을 끓일 수 없듯이 풀리지 않는 마음으로 어찌 살 수 있을까.
가래떡이 적당히 굳었을 때 썰어야 하듯이 마음풀기도 타이밍이 있다.
서로의 관계가 굳어지기 전에 다가섬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