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들을 내매

하마사 2016. 10. 27. 10:46

내가 태어난 고향은 내매라는 마을이다.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강씨 집성촌마을인데 내매교회로 유명하다.

10살 때 강원도로 이사를 했으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김익두 목사님이 부흥회를 다니면서 ‘교회를 보려면 내매교회를 가보라’고 할 정도로 작은 시골교회지만 한국교회에 모델이 되는 교회였다.

강재원장로님이 1906년에 설립한 교회로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역사적인 교회이다.

사립내명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에도 선구자역할을 감당하여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예장통합 총회장을 지냈던 새문안교회 강신명목사, 순교자 강문구목사, 계명대학 설립자 강인구 목사, 강신정 전 기독교장로교 총회장, 강병도 전 창신대 총장, 강진구 전 삼성전자 회장 등과 같은 인물들을 배출했다.

소문을 듣고 내매를 가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예전에는 내성천 나무다리를 건너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마가 지면 떠내려가서 해마다 만들곤 했다.

보잘 것 없던 마을이 내매교회를 통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들을 내매이지 볼 내매가 아니다.”

들을 때는 그럴싸한데 실제 가서 보면 너무나 초라하다는 뜻이다.

도시화가 되면서 주민들도 줄고 학생이 없어 내명초등학교는 폐교된 지 오래다.

또한 영주댐이 생기면서 수몰지역이 되어 내매교회와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다.

이제는 더군다나 볼 내매가 아니다.

마을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내매교회는 근처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증조부 배세란장로, 조부 배진기장로, 조모 이옥선권사님이 섬기시던 내매교회는 옛 모습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들을 내매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번 부모님과 함께 내매사람들 모임에 참석하여 감회가 깊었다.

조상들이 섬기던 교회, 조상들의 얼이 깃든 내매교회가 역사 속에 고이 간직되어 후손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산실이 되기를 소망했다.

내매사람들 중심으로 내매교회를 복원하여 성지화 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가톨릭교회에 비해 역사가 짧은 개신교는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매교회도 잘 복원되어 한국교회 역사에 아름다운 전통을 물려주는 들을 내매 뿐 아니라 볼 내매로 남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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