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기타자료

平靜心(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하마사 2014. 11. 4. 09:46

지난 11일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경험을 했다. 그날 오후 8시 영국 고속도로 M6가 스트랫퍼드 근처에서 일시에 마비됐다. 시속 120㎞로 질주하다 멈춘 차량과 운전자들은 도열한 준마(駿馬)와 기수(騎手) 같았다. 몇몇이 밖을 살피다 차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침묵한 고속도로의 인내심이 경이라기보다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통행은 2시간 15분 만에 재개됐다. 5㎞ 앞에서 일어난 추돌 사고가 원인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연한 영국인을 보면서 버큰헤드나 타이태닉의 신화(神話)가 과장이 아님을 확인했다.

1852년 2월 26일 영국 수송선 버큰헤드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부터 65㎞ 떨어진 곳에서 최후를 맞았다. 군인 472명과 가족 162명이 탑승한 배가 갑자기 두 동강 나면서 100여명이 상어가 우글대는 바다로 휩쓸려 내려갔다. 60명 정원의 구명정이 3척뿐인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령관 시드니 셰턴은 명령을 내린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 생존자들은 거수경례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군인들과 작별을 고했다.

그로부터 60년 뒤인 1912년 4월 15일 타이태닉호(號)가 역대 최악의 해난 사고를 맞는다. 탑승객 2223명 가운데 1514명이 사망하는 비운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숱한 군상(群像)들이 남긴 인간의 본모습이다. 그중 하나가 윌리엄 하틀리 악단의 마지막 연주다. '내 주를 가까이함은'. 구명조끼 대신 악기를 잡은 그들의 선율은 인간애의 본령이 된다. "약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내 자리를 지킨다."

타이태닉호의 생존율은 여성(74%), 어린이(51%), 남성(20%)의 순서였다. 그것은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의 한마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 그의 이 묘지명은 지금 영국혼의 상징이다.

'세월호' 사고 날 당직을 섰던 스물다섯 살 여성 3등항해사가 살아온 날보다 많은 징역 30년형 구형에 통곡했고, 그 며칠 뒤에 18번째 생일에 시신으로 돌아온 여학생의 부모가 또 통곡했다는 믿기지 않는 뉴스를 영국에서 접하고 있다. 세월호 3법이 통과됐으니 또다시 편을 갈라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익숙한 광경이 연출될 것이다. 그런 우리 모두에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구호를 던져 본다.

1939년 영국은 멸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나치의 공습에 이어 본토 상륙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민심이 흉흉했다. 조지 6세 왕과 윈스턴 처칠 총리는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세 가지 구호를 내놓았다.

"위험에 처한 자유를 지켜내자(Freedom is in peril. Defend it with all your might)" "용기와 명랑과 결단이 승리를 부른다(Your courage, your cheerfulness, your resolution will bring us victory)" 그리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Keep calm and Carry on)"였다.

구호처럼 영국인들은 폭탄이 떨어져도, 독일 항공기가 공습을 해도 하던 일을 계속했고 전쟁에서 이겼다. 우리도 이런 역사와 전통이 있겠지만 현실은 일만 벌어지면 호들갑 떨다 까맣게 잊는 냄비 근성뿐이다.

-조선일보, 20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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