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어느 날 청와대 지시를 받은 여권 인사가 역술인 '청운동 도사'를 찾았다. "대통령선거 날짜를 봐달라." 도사가 점괘를 말했다. "12월16, 17일 모두 여당에 좋다. 다만, 16일은 표차(票差)가 많으나 자식이 적고 17일은 표차가 적지만 자식은 많다." 여권은 16일을 선거일로 택했고 여유 있게 이겼다. 그러나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선 사상 처음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됐다. 여권 사람들은 "'자식'이 국회 의석이었나 보다"고 했다.
▶한 여성 정부기관장은 몇 해 전 처음 점(占)을 봤다. 출마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남편의 운세가 궁금했다. 여성 부하 직원에게 남편 사주(四柱)를 들려 보냈다. "출마하면 떨어질 텐데 아무리 말려도 안 들을 사주니 그냥 놔둬라"는 답을 받았다. 그의 남편은 선거에 나가 망신만 당했다.
▶한 여성 정부기관장은 몇 해 전 처음 점(占)을 봤다. 출마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남편의 운세가 궁금했다. 여성 부하 직원에게 남편 사주(四柱)를 들려 보냈다. "출마하면 떨어질 텐데 아무리 말려도 안 들을 사주니 그냥 놔둬라"는 답을 받았다. 그의 남편은 선거에 나가 망신만 당했다.
▶박 대통령은 가톨릭 세례까지 받아 그런지 점에는 별 취미가 없어 보인다. 그런 박 대통령 측에 16년 전 조언을 해줬다는 역술인의 인터뷰가 어제 한 신문에 실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씨와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인물이다. "1998년 국회의원 재·보선 때 정씨에게 '(박 후보가) 대구 달성군에 나서면 볼 것도 없이 당선되니 걱정 말라'고 조언한 뒤 지금까지 정씨와 친분을 나누고 있다"는 내용이다.
▶정치인과 역술인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이다. 정치인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치판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을 찾는다. 때론 수천만원짜리 굿을 하고 부적도 산다. 역술인들은 그런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상술(商術)에 이용한다. 가끔 이권·청탁 비리에 연루되기도 한다. 정윤회씨와 친하다는 역술인도 이전 정권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를 둘러싼 의혹이 하나둘이 아니라고 한다. 뭔가 불안불안하다. 정치가, 권력이 진작에 투명해졌다면 점술이 끼어들 틈이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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