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행복과 희망

행복의 5가지 조건, PERMA를 훈련하라

하마사 2014. 10. 4. 18:43

긍정 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 교수
긍정적 정서·몰입·긍정적 관계… 훈련 통해서 낙관적 태도 기를 수 있어
직원들의 일터 만족도 높이려면 대표 강점 찾아 업무에 접목시켜야
창조 경영 원한다면… 직원들 '긍정 마인드'부터 키워라
긍정 심리 훈련의 효과 -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을
갑자기 치어리더로 만들긴 어렵지만 유대 관계 향상·성취감 높일 순 있어
조직 창의성 해치는 부정적 정서 - 극도로 실수 제한해야 하는 환경서는
강박증 같은 부정적 정서가 도움 주지만 창의력·상상력 성장시키지는 못해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마틴 셀리그먼(72·사진) 교수의 이력만 보면 밝고 활기찬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기 십상이다. 작은 키에 불룩 나온 배를 보면 그런 선입관이 더 강해질 수 있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마틴 셀리그먼.

하지만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실에서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시종일관 별로 웃지도 않았고, 웃어도 보일 듯 말 듯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다시 원래의 화난 듯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셀리그먼 교수 본인도 책에서 "사실 나는 긍정적인 정서가 매우 낮은 사람"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이는 심리학 연구 초반 35년간 자살이나 트라우마 같은 인간의 부정적 정서를 연구했던 그의 이력, 아버지가 심한 우울증을 앓아 꽁꽁 언 바다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성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었다.

인터뷰는 그가 긍정 심리학을 연구하게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심리학자들은 고통을 다루는 방법엔 정통합니다. 고통이나 슬픔, 분노 같은 것을 약물이나 상담을 통해서 어떻게 줄이느냐에 대해 수없이 연구했지요. 물론 그런 어두운 측면 역시 우리 일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나머지 절반은 어떻게 더 나아지고, 성장하고, 웰빙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극단적인 고통, 불안, 분노 등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 즉 심리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지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 심리학은 그 분야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개척지에 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긍정 심리학 연구자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저도 사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추측하기로는 풍요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 빈곤과 고통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이젠 대부분의 국가가 전쟁이나 기아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비참함이라든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극도의 고통이 사라진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고민하게 된 거죠."

셀리그먼 교수가 학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결정적인 계기는 1967년의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실험이다.

상자에 개를 집어넣고 바닥에 전기 충격을 가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음을 경험한 개는 이후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다〈자세한 실험 내용에 대해서는 C 5면〉.

행복의 5가지 조건 그래픽
그래픽=정인성 기자

그 뒤 다른 학자가 사람을 방에 들어가게 하고 견디기 힘든 소음을 트는 실험을 한 결과도 비슷했다. 아무리 해도 소음을 피할 수 없음을 학습한 사람은, 나중에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소음을 멈추려 하지 않고 그저 참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두 실험에서 셀리그먼 교수는 특이한 사항을 발견했다. 자신의 힘으로 전기 충격이나 소음을 멈출 수 없었던 상황에 있었던 사람이나 개 중에서도 3분의 1 정도는 같은 상황이 재연됐을 때 희망을 잃지 않고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셀리그먼 교수에겐 새로운 의문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고, 어떤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학습을 통해 무력해지는 것처럼 학습을 통해 낙관적이고 긍정적이 될 수도 있을까?' 바로 이 의문이 그를 긍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 연구로 이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셀리그먼 교수가 도출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특성은 무엇이었을까?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은 불행이 닥칠 경우, 그것이 늘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삶을 훼방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사장이 잔소리를 하면 '사장은 나를 싫어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반면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장이 지금 기분이 안 좋은가 봐'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시적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셀리그먼 교수는 40년 이상 여러 심리학 과목을 가르쳤지만, 긍정 심리학을 가르칠 때만큼 기뻤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삶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심리학의 적용 대상을 환자에서 모든 인류로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개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는 진정한 행복을 '플로리시(flourish)'라고 표현하며 같은 제목의 책도 썼다. 그는 플로리시란 "행복하며 풍족한 삶,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올라갈 데도 없고, 더 채울 것도 없는 번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크게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긍정적 정서, 몰입, 긍정적 관계, 삶의 의미, 성취가 그것이다. 그는 다섯 가지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PERMA'를 풍요로운 삶을 위한 공식이라고 말한다.

셀리그먼 교수는 긍정 심리를 키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기업과 학교, 군 등 여러 조직에서 실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아래 기사 참고〉

셀리그먼 교수가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음미하기'이다. 가벼운 일상에서도 쾌락을 발견하고 쾌락을 느끼는 찰나를 포착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로욜라 대학의 브라이언트 교수는 얼마 전에 작은 농원을 만들고 이를 '음미하는 곳'이라고 이름 붙였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가까운 산을 오르면서 이렇게 음미한다.

'나는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쉰다. 그때 어디선가 코를 찌르는 냄새가 풍겨 이리저리 둘러보니, 내가 딛고 선 바위 틈새에서 자라고 있는 라벤더 한 송이가 하늘거리고 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저 아래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 순간을 영원히 추억할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온다. 문득 돌멩이의 냄새를 맡아보고 싶은 이상한 충동에 사로잡혀 코를 킁킁거린다. 케케묵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아득히 먼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셀리그먼 교수 본인도 어떤 면에선 긍정 심리 훈련의 수혜자로 볼 수 있다. 1988년 결혼한 아내 맨디는 최근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긍정 심리학을 연구한 뒤 남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점프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고통스러운 몰입도 행복을 가져온다

셀리그먼 교수가 추출한 행복 공식 'PERMA'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①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기쁨, 희열, 따뜻함, 자신감, 낙관성을 말한다.

②몰입(Engagement)=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어떤 활동에 빠져든 동안 자각하지 못하는 것, 자발적으로 업무에 헌신하는 것을 말한다.

③관계(Relationship)=타인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말할 수 없이 기뻤던 순간, 자신의 성취에 엄청난 자긍심을 느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거의 타인과 함께 했을 때이다.

④의미(Meaning)=자신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 어떤 것에 소속되고 거기에 기여하는 것에 기초한다.

⑤성취(Accomplishment)=남에게 이기기 위해서이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취 그 자체가 좋아서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PERMA가 기존의 행복 이론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행위들을 행복의 조건으로 포함한 데 있다. 셀리그먼 교수는 이를 춤출 때의 우아함에 비유한다. 우아함은 춤의 결과로 얻어지는 어떤 보상이 아니다. 우아함은 그 자체로 훌륭한 춤의 일부이다. 또 명상의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명상하는 행위 그 자체를 말할 뿐, 명상에 수반되는 어떤 정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PERMA 공식에 입각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측정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펠리시아 후퍼트 교수가 PERMA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기준으로 유럽 23개국에 대해 국가별로 설문조사한 결과, 덴마크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중 플로리시 상태에 있는 사람이 33%에 달했다. 영국은 그 절반인 18%였고, 최하위는 러시아로 고작 6%였다.

셀리그먼 교수는 전 세계 인구 중 플로리시 상태에 있는 사람은 20% 미만이라고 본다. 그에겐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다. 그의 목표는 2050년까지 이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교수님은 긍정 심리 훈련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긍정 심리 훈련을 해도 타고난 나의 성향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긍정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맞아요."

―그렇다면 긍정 심리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PERMA에서 행복을 쉽게 느끼고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은 P입니다. 물론 긍정 심리 훈련을 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치어리더가 된다든지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긍정 심리 훈련을 통해서 다른 요소들을 강화시킬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 간의 유대 관계를 향상하고, 성취감을 높이는 식으로 말이죠. P는 물론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P 하나만으로 우리의 웰빙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의 조건 5가지 중 하나로 몰입을 꼽으셨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경제학에 비유하자면 즐거운 쾌락은 '소비'와 마찬가지지만, 고통스러운 몰입은 '투자'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몰입에서 만족을 찾는 사람은 드문 반면,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요?

"몰입이라는 것은 감정이 수반된 것이 아닙니다. 10중 8~9의 확률로 그렇습니다. 몰입을 하는 사람들에게 몰입의 순간에 무엇을 느꼈느냐고 물어보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변하곤 합니다. '몰입'의 저자인 칙센트미하이 교수와 오랫동안 토론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에게 '몰입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기쁨이 몰입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들의 생각이었습니다. 몰입이라는 것은 어떤 기쁨의 감정에 의해서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보다 손쉬운 기쁨, 쾌락에 탐닉할 수 있지만, 몰입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적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공정책의 목적은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웰빙을 생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웰빙의 증진이 한 사회의 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까?

"사회 안전망을 밑도는 수준의 경제적 환경에선 부의 창출이 사람들의 만족감을 향상시킵니다. 하지만 그 기준선을 넘어서고 나면 부가 계속 늘어나도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질적인 부가 아니라 웰빙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행복지수 그래픽

부정적 정서는 창의력을 해친다

―부정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들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더 주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정서가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혹시 부정적인 정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몇몇 직업에 한해서는, 예를 들자면 공장의 생산 조립 라인 같은 곳에선 부정적 정서가 실수를 줄이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정적 정서가 도움이 되는 상황은 실수를 용납해서는 안 되는 몇몇 특정한 직업, 직군에 한정됩니다. 반면 긍정적 정서는 창의력이라든지 상상, 성장에 도움을 주지요.

저는 35년을 인간의 부정적인 정서를 연구하는 데 투자했습니다. 트라우마라든지, 자살, 우울증, 슬픔, 강박 장애, 분노 같은 어두운 측면을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집중했어요. 부정적인 정서도 나름대로 필요한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극도로 실수를 제한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강박증에 가까운 부정적 정서가 도움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정서는 창의력이나 성장을 고무시킬 수 없습니다."

―때에 따라선 낙관적인 사람이 오히려 자신의 기대가 꺾였을 경우 더 쉽게 좌절하고, 비관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관적인 사람들이 더 회복력이 높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정확한 지적이 아닌 것 같네요. 물론 낙관적인 결과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실제로 뚜껑을 열어 놓고 보면 결과가 실망스러운 상황에선 낙관적인 사람들이 단기적으로 더 쉽게 좌절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복력이라는 것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상처나 슬럼프에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심리학에는 '방어적 비관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당신이 지적한 것과 비슷합니다. 방어적 비관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실망하거나 실패할까 두려워서 큰 기대를 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낙담하는 폭이 기대를 크게 했던 사람들보다는 적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낙관적인 사람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고 낙담하거나 실망하더라도 실망에서 더욱 빨리 벗어나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어적 비관주의란 것은 단기간에, 실패했을 때에 한해서만 긍정 정서가 강한 사람들보다 더 강한 회복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찾아라

―일에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자신의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대표 강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반드시 그것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질문엔 매우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표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측정 방법을 개발했으니까요. 제 웹사이트에도 있는데, 전 세계 250만 명 이상이 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대표 강점이 무엇인지 측정을 했어요.(호기심, 친절, 자기통제력 등 24가지 강점 중 자신이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를 쉽게 테스트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대표 강점을 자신의 직장이나 직업에 어떻게 접목을 시키느냐 하는 것이죠. 직업에 따라 자신의 대표 강점을 제대로 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빨리 발견해서 그것을 발현하기 쉬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자신의 강점을 잘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주어진 범위 내에서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검사인데, 제 강점이 친절함이라고 가정을 해 볼게요. 그런데 검사는 친절함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지요. 자신의 대표 강점과 직업이 모순되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실 그건 미국 법조인들이 처한 전형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매우 높은 연봉을 받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이지만, 가장 우울증 빈도가 높은 직업군이기도 하지요. 항상 사안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경쟁적인 근무 환경에서 일을 하고, 항상 누군가가 지고 누군가는 이기는 식으로 성패가 갈리니까요.

만약 나의 대표 강점이 친절함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거의 발현시킬 기회가 없는 법조계에 종사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의식적으로 찾아야 해요. 예를 들자면 경제력이 부족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호 봉사 활동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로펌에서도 이런 활동을 뒷받침해야 하고요.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면 자신의 대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씩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는 책에서 "약점을 고치려는 데 쏟는 시간과 노력을 대표 강점을 더 연마하고 활용하는 데 쓰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셀리그먼 교수의 대표 강점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구열이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 대표적인 강점을 연마하려고 노력한다. 그가 가장 기쁠 때는 학생들에게 복잡한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잘 가르칠 때다. 그런 날이면 기운이 절로 솟고 행복해진다. 그러나 사람들을 조직하는 일은 그에게 너무 힘들다. 회의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솟기는커녕 맥이 탁 풀린다. 그는 "이런 내 약점을 보완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강의를 할 때만큼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회의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서도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했다

―긍정 심리학 훈련이 교수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습니까? 웰빙을 더 많이 누리게 되셨나요?

"저의 웰빙 지수 측정 결과, 저는 작년에 베를린 필하모닉을 더 많이 들었고, P(긍정적 정서)의 수치가 더 올라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점수가 올라간 것 외에 실제로 본인이 더 행복을 느낀다고 확신하시나요?

"당신은 '느낀다'는 단어를 썼는데 그것은 'PERMA'에서 P, 즉 긍정적 정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쁨이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긍정 심리학에선 무엇을 '느끼느냐' 못지않게 어떤 행동을 해서 자신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지 하는 행동 역시 중요합니다."

 

-조선일보, 20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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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은 2마리의 개… 긍정 심리학 연구 단초로

 

셀리그먼의 '학습된 무기력 실험'
무방비로 전기 충격에 노출됐던 8마리
대부분 대피 가능했는데도 도망 안쳐
2마리만 탈출 시도… 극복 의지 보여줘

대부분 역사적 발견이 그렇듯 긍정 심리학의 단초가 된 '학습 된 무기력 실험'도 우연한 산물이다. 원래부터 그런 목적으로 한 실험이 아니었다. 동물의 조건 반응을 확인하는 일종의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었다.

1966년 당시 박사 과정에 입학하려던 셀리그먼 교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리처드 솔로몬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동물 실험을 통해 정신 질환의 과정을 추론하는 솔로몬 교수를 존경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사차 만난 그로부터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실패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개에게 전기 충격을 줄 때 높은 고음을 함께 들려줘 나중엔 전기 충격 없이 고음만 들어도 개들이 반응하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이다. 문제는 이 실험을 위해 1차 단계로 개에게 전기 충격을 줄 때 장애물을 뛰어넘어 나가도록 하는 실험이 성공해야 하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들이 전기 충격을 받아도 장애물을 뛰어넘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다.

학습 된 무기력 실험 그래픽

이 얘기를 들으면서 셀리그먼은 "실험이 당초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어떤 것이 일어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학습 된 무기력'의 개념을 떠올린 것이다. 개들은 짖거나 껑충대거나 어떤 행동을 하든 아무 상관 없이 전기 충격이 생겼다 사라진다는 것을 학습했고, 이 때문에 포기하는 것 아닐까?

셀리그먼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스티븐 마이어라는 동료 박사 과정 학생과 함께, 24마리의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상자 속에 집어넣고 바닥에 전기 충격을 주는 '학습 된 무기력 실험'을 하게 된다. A그룹은 전기 충격을 받지만, 코로 어떤 버튼을 누르면 전기 충격이 꺼지도록 했다. B그룹은 상자 속에 버튼이 없어 어떻게 해도 전기 충격을 막을 수 없다. C그룹은 전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비교 집단이다.

24시간 이후 개들을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다시 전기 충격을 준다. 상자 중앙에 있는 나지막한 담을 넘으면 쉽게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다. 그러자 A그룹은 담을 넘어 탈출했지만, B그룹은 담을 넘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전기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이 뭘 해도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학습' 된 것이다.

셀리그먼은 각기 8회에 걸쳐 다른 개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반복했다. 24마리의 개가 동원된 셈이다. 그 결과 B집단의 여덟 마리 개 가운데 여섯 마리가 상자 안에서 그냥 주저앉으며 탈출을 포기했다. 반면에 A집단에선 여덟 마리 중 포기한 개가 한 마리도 없었다.

이 연구는 조직에서 보상과 처벌 못지않게 조직원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현실을 통제할 수 있게 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조선일보, 20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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