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음식 만드신 어머니·형수님께… 낮잠 잘 자준 딸에게… 평범한 일상에 감사…
'感謝(감사) 릴레이' 확산
하루 세 가지씩 감사한 일 SNS에 적어 '다음 주자' 지정
"잇따르는 대형사고 속에서 가족과 일상 소중히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반영한 현상"
영국 유학 중인 좌태욱(31)씨는 지난 1일 한국에 있는 여자 친구의 별난 초대를 받았다. 여자 친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씨의 이름을 적고 '3일 동안 하루에 세 가지씩 감사한 일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나 개인 블로그에 적어 올리고 2명 또는 3명을 다음 참가자로 지목하세요'라고 주문한 것이다. 좌씨는 "처음엔 '그것쯤이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막막했다"고 했다. 반나절 고심하던 그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 감사의 글을 올렸다. '부모님이 건강하고 평안하신 것, 기다리던 인연(여자 친구)을 만난 것, 유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점 감사합니다.' 좌씨는 "글을 쓰다 보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여자 친구가 떠올라 안부 전화도 했다"고 말했다. 좌씨의 다음 순서는 그의 대학 후배 등 2명이었다.
지난 8일 감사 릴레이에 참여한 유모(30)씨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기도 민망하고 남을 지목하기도 민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감사 릴레이는 별다른 수고 없이 가까운 지인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기회인 것 같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직장인 박소연(26)씨는 "감사 릴레이를 하면서 힘든 일상, 매일 보는 사람, 나 자신까지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입사 이후 살은 쪘지만 생활력은 늘었다. 퇴근할 때 큰 웃음을 준 친구 덕분에 행복했다. 오늘 하루 가족에게 짜증을 내지 않았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감사 릴레이는 한 기독교 단체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본떠 감사·사랑 등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는 것 말고는 맨 처음 시작한 이가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크리스천들의 '감사 기도'가 많았지만 차츰 종교와 관계없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고 있다. 대형 포털 검색창에 '감사 릴레이'를 치면 1000여개가 넘는 SNS 글이 쏟아진다. '추석 때 음식 만드느라 고생한 어머니·형수·가족들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은 딸이 칭얼대지 않고 낮잠을 잘 자서 고맙습니다'…. 가족·친구·이웃, 소소한 일상에 감사를 표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겪으면서 관계와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이가 많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감사 나눔이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만 해도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늘어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며 "주변에 긍정적인 기분의 사람이 많아지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전염 효과도 생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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