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집에 들어오자 화가 뻗치기 시작했다. 애먼 딸만 붙잡고 "택시 타는 이유가 뭔데? 노선버스도 아니고. 어휴, 휴대폰으로 번호판 찍을걸. 고발하면 '찍' 소리 못하고 당할 게 블랙박스에 다 녹음이 되어 있을 텐데!" 절통한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가슴은 벌렁벌렁, 눈은 말똥말똥, 잠자긴 다 틀렸다!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접속해 타임라인을 훑었다. 그러다 순간 시선이 멈췄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사는 스티븐 슐츠 부부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인용된 글이다. 이들 부부는 결혼 6주년을 맞아 외식을 했다. 그러나 물 한 잔에 20분, 식사는 40분을 기다리는 끔찍한 서비스를 받았다. 그런데도 웨이터에게 식대 66.65달러보다 더 많은 100달러를 팁으로 줬다. 영수증엔 "우리도 당신과 같은 입장이었다(We've both been in your shoes)"라는 응원 글까지 남기고. 왜? "문제는 절대 인원 부족이었다. 그 웨이터는 열두 테이블과 바까지 책임지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었다. 느린 서비스로 인해 팁은 점점 줄었을 텐데, 팁 100달러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을 것"이라며 "불친절한 서비스에 화가 날 때, 전체 상황에 대해 (우리 모두)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