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
총장 초빙 등 카이스트 개혁 성과… 서울대, 폐쇄적 운영으로 비판받아
아시아 대학 평가가 시작된 이후 한국 대학 6곳이 '톱 20'에 포함되기도 처음이다. 평가 첫해인 2009년에는 국내 대학 3곳이 20위 안에 들었고 작년에는 5곳이 들었는데, 올해는 성균관대가 가세했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는 조선일보와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아시아 고등교육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학 평가로 올해 6년째를 맞는다. 한국·중국·일본·인도·싱가포르·홍콩(중국과 별도 분류) 등 17개국 491개 대학을 평가했다.
올해 평가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이공계 중심 대학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카이스트는 2012년 아시아 7위, 2013년 6위였다가 올해는 홍콩과기대와 난양공대(싱가포르)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이공계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서울대는 3년째 아시아 4위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으로 정체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서울대가 폐쇄적인 학교 운영으로 대학 경쟁에서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20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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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大 '춘추전국시대'
日, 상위 13개大 순위 떨어져
韓, 상위大 순위 상당수 올라… 경희대·梨大·서강대도 선전
본지와 6년째 '아시아 대학 평가'를 발표해온 영국의 저명한 대학평가 기관 QS가 올해의 평가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전통적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해 온 일본과 홍콩 대학들을, 싱가포르와 한국 대학들이 추월했다는 것이다. 일본 내 상위 20개 대학 중 13개 대학 순위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반면, 한국은 상위 20개 중 14개 대학이 제자리를 지켰거나 순위가 크게 올랐다. QS는 "역동적인 나라 한국은 대학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몇 년째 평가가 상승 궤도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대학이 크게 올랐나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대학은 성균관대다. 성균관대는 1년 새 아시아 종합 순위가 4계단(작년 21위→올해 17위)이나 올랐다. 성균관대는 특히 졸업생 평판도가 지난해 36위에서 올해 15위로 높아졌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성균관대 졸업생들이 좋은 평을 받았다는 의미다. 성균관대는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 등 산학 협력 특성화 학과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복수학위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 성균관대가 작년 여름 개최한‘국제 하계 학기’(ISS)에서 외국인 참가 대학생이 발표하고 있다. 성대의 ISS에는 지난해 외국인 대학생 1057명을 포함, 1737명이 참가했다. /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는 졸업생 평판도와 더불어 학계 평가도 1년 새 11계단(35위→24위) 상승했다. 벤 소터 QS 평가 총괄 책임자는 "성균관대는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연구의 영향력을 키우고 해외 대학·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덕분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했다.
한양대도 지난해(36위)보다 7계단이나 뛰어오른 29위를 차지했다. 한양대는 특히 평가 지표 중 20%를 차지하는 '교원당 학생 수' 순위가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13위로 크게 올랐다. '교원당 학생 수'는 대학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원 채용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양대 측은 "2012년 20여명, 2013년 50여명 등 신규로 전임 교원을 꾸준히 채용했다"며 "앞으로는 별도 기금을 마련해 국내외 우수 교수를 더 많이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양대는 졸업생 평판도(작년 58위→올해 45위)와 학계평가(59위→51위) 순위도 크게 올랐다.
◇국내 대학의 양극화 심해져
상위권 대학들은 대체로 성적이 좋았다. 경희대는 아시아 37위였으며 이화여대 39위, 서강대 54위, 중앙대·부산대 68위, 한국외대 73위 등이었다. 특히 의과대학이 없는 서강대와 한국외대는 의대가 대학 연구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을 감안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부산대(68위), 경북대(85위), 전북대(87위), 전남대(101위) 등 지방 국립대도 여전히 명성을 이어갔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상위권 대학은 연구와 국제화 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하위권 대학은 학생 모집이 최우선 과제일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벤 소터 QS 평가 총괄 책임자는 "한국 대학은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리더"라며 "이제 한국 대학들의 경쟁자는 이웃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 대학이 아니라 앵글로폰 아시아(Anglophone Asia: 싱가포르·홍콩 등 영어를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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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工大 급상승… 포스텍, 논문당 인용된 수 국내 1위]
- 카이스트, 교수 경쟁력 강화
정교수라도 성과 못내면 퇴출, 현직 교수 26%가 '40세 이하'
- 포스텍, 논문 지표에서 두각
논문 피인용 수 '아시아 5위'… 아시아 이공계 중심大 중 최고
저마다 아시아 최고 공대라고 자부하는 5개 대학이 승부를 가리는 대회라 학생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카이스트의 한 학생은 "홍콩과기대와의 경기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홍콩과기대에 남다른 승부욕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홍콩과기대는 카이스트를 줄곧 앞서왔다. 그런데 홍콩과기대는 카이스트를 모델로 1991년 개교했다. 하지만 해외 석학을 영입하고 국제화에 적극적으로 박차를 가한 덕분에 카이스트를 제치고 단기간에 아시아 최고 공대로 자리 잡았다.
◇홍콩 빅3 대학 제친 카이스트
하지만 올해 조선일보와 QS가 공동 실시한 '2014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는 카이스트가 홍콩의 빅3 대학(홍콩대·홍콩과기대·홍콩중문대)을 다 누르고 아시아 2위에 올랐다.
- 화면을 통해 얼굴 표정을 표현할 수 있고 말과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 ‘카메로(Kaist Motion Expressive Robot)’를 카이스트 학생들이 테스트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2014년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2위에 올랐다. /카이스트 제공
전문가들은 그동안 홍콩 대학들의 강점으로 꼽혀온 교수진 경쟁력을 따라잡은 것이 카이스트 약진의 원동력으로 분석한다. 정교수로 임용돼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연봉이 깎이고 퇴출되는 홍콩 대학들의 경쟁 시스템을 카이스트도 도입해 정착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서남표 전 총장 때부터 추진한 카이스트 개혁의 성과다. 카이스트는 2007년에 교수 '정년 보장(테뉴어·tenure)' 심사 제도를 강화해 연구 성과가 떨어지는 교수를 무더기로 탈락시켰다. 이후 카이스트는 신진 교수를 영입하고 교수 평가를 강화했다. 카이스트는 올해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교수당 논문 수를 점수로 매긴 평가에서 96.7점을 기록, 홍콩대(65.9점), 홍콩과기대(69.1점), 홍콩중문대(71.9점)를 월등하게 앞섰다. 카이스트는 "최근 5년간 신규 임용한 교수 215명의 연구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홍콩 대학들의 학제가 3년제에서 2012년 4년제로 바뀌면서 홍콩 대학들의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QS는 "홍콩 대학이 4년제로 바뀌면서 '교원당 학생 수' 지표에서도 점수가 내려갔다"고 말했다.
◇포스텍, 아시아 톱 10 유지
카이스트와 더불어 국내 이공계 중심 대학인 포스텍(POSTECH)도 지난해(7위)에 이어 올해 9위를 기록해 '아시아 톱 10'을 유지했다. 포스텍은 특히 교원당 학생 수(4위)와 논문당 피인용 수(5위) 등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보여 전망이 밝다. 특히 논문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히는 논문당 피인용 수는 재작년 14위에서 작년 4위로 급상승한데 이어 올해도 5위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논문당 피인용 수·교원당 학생 수·외국인 교원 비율에서 포스텍은 국내 최고를 기록했다.
학계에서는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라이벌 의식이 두 학교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평가한다. 매년 가을 두 학교가 맞붙는 '학생 대제전(카포전 또는 포카전)'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해킹 등의 종목에선 두 학교 학생들이 이공계 최고 두뇌의 자존심을 걸고 실력을 겨뤄 '사이언스 워(science war)'로도 불린다.
전문가들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계속한다면, 세계 톱10 진입도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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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모 카이스트 총장
올해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2위를 한 카이스트의 강성모〈사진〉 총장은 1924년 파리 올림픽의 육상 선수 실화를 다룬 영화 '불의 전차'의 두 주인공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오로지 금메달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린 해럴드 에이브러햄을 여느 대학에 빗댄다면, 금메달 이상의 소명을 바라보면서 달린 에릭 리델은 카이스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카이스트는 '인류를 위한 과학'이라는 높은 가치를 비전으로 삼고 있기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재미 과학자 출신인 강 총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4년제 대학(UC머시드대) 총장으로 재임했으며 지난해 2월 카이스트 총장으로 임명됐다.
―아시아 대학 평가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성과를 냈는데.
"최근 몇 년간 젊은 교수들을 대폭 충원했는데 그 자극이 연구 성과로 이어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 명성을 쌓았는데 향후 구상은.
"연구와 교육을 융합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가 현재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해한다. 전공 서적은 최신 연구 트렌드를 담고 있지 못하므로, 교수를 통해 생생한 연구 분야를 배워야 한다."
―카이스트의 목표는.
"세계 톱 10을 향해 가고 있다. 예전에 우리가 금메달 꿈도 못 꿨던 피겨 스케이팅 분야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를 정복하지 않았나. 카이스트가 학계에서 그 일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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