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피터 프로노보스트 교수는 세계적 병원이라는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두 살 아기가 의료사고로 숨지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환자에게 인공 소변줄을 소홀히 달아 한 해 10만명이 요로 감염으로 죽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는 간단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다. 환자 피부를 소독제로 닦는다. 살균 마스크·모자·가운·장갑을 갖춘다. 소변줄에 살균제를 뿌린다.'
▶그는 의사가 매뉴얼을 안 지키면 간호사가 제지하게 했다. 한 달 뒤 요로 감염률이 11%에서 제로로 떨어졌다. 그가 제안한 여러 체크리스트는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그는 의료사고가 결국 현장 의사소통·팀워크 부재, 권위주의 탓이라고 봤다. 그는 책 '존스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에 고백했다. "의대에서 현미경을 몇백 시간 들여다봤어도 한 번 써먹은 적이 없다. 소통과 협업이야말로 날마다 필요한 기술이지만 가르쳐준 수업은 한 시간도 없었다."
▶미국 버지니아 의대가 2007년 입학생을 2년 동안 통과·낙제로 평가한 뒤 2006년 입학생과 비교했다. 학생들은 시험 성적과 실험에서 선배에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더 적고 적극성·자제력·활력·건강은 더 나았다. 나중에 의사시험 성적도 비슷했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지 않아도 제 알아 공부하고 학교생활을 즐겼다. 연세대 의대가 내년 본과 1학년부터 과목별 통과·비통과 평가만 하기로 했다. 학습 모임을 꾸리고 인성·리더십·봉사에 관한 교내외 활동 기록을 내게 한다. 의료인문학 강의도 늘린다.
▶의학계 원로 이성낙 가천의대 명예총장은 명의(名醫)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명의는 모르겠고 누가 친절한 의사인지는 안다"고 대답한다. "의사는 환자를 존중하고 아픔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학점만 따지는 대학 성적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의사는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다. 연세대의 평가 개혁이 소통하고 공감할 줄 아는 가슴 따뜻한 의사를 많이 키워내길 기다린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12/5
'교회본질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커버그를 키운 유대인 교육… 비결은 왁자지껄 (0) | 2014.01.04 |
---|---|
체육 시간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0) | 2013.12.20 |
모든 초등학교에 체육 전담교사 배치, 중-고 체육수업 늘려 (0) | 2013.06.25 |
아시아 대학평가 (0) | 2013.06.05 |
'행복한 성인' 10명 중 7명 "학창 시절 체육 잘해" (0) | 2013.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