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된 사랑스런 딸의 운동회가 있었다.
몇 일전부터 아내가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참석하기를 바랐다.
평소 금요일 오전이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데,
마침 바자회로 인해 연합구역예배를 드려서 가능했다.
더구나 운동회가 오전에 끝난다고 하니 좋았다.
어린 시절 시골학교를 다닐 때는 하루 종일 운동회를 했지만 요즘은 아니란다.
도시학교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고 운동장이 협소하여 전교생이 함께 운동회를 못한다고 하였다.
출근했다가 운동장으로 갔다.
아쉽게도 딸의 달리기 시합은 끝난 뒤였다.
아내를 만났더니 지은이가 1등을 했단다.
입이 벌어져라 웃었다.
늦둥이 딸을 둔 아빠가 맛보는 행복이다.
수 십 년 만에 참석한 초등학교 운동회였다.
옛날에 비해 순서도 간단했다.
그 시절은 운동회를 손꼽아 기다렸다.
부모님이 맛있는 음식을 해오시고 상을 탈 수 있는 날이었다.
주로 공책과 연필, 지우개가 상이었다.
지금은 너무 풍부하여 귀한 줄 모르지만.
만국기가 펄럭이고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순수한 동심.
아 옛날이여!
딸이 백군에 속하였기에 마음으로 백군을 응원했다.
마지막 순서는 계주였다.
학년별로 청군, 백군 두 명씩 이어달리기를 했다.
계주선수로 출전한 지은이는 앞의 선수로부터 2등으로 바톤을 받아 열심히 달렸다.
달리는 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계주선수가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시소게임이었다.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다.
역전하는 친구들에게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6학년들이 마지막 주자로 달렸다.
마침내 백군이 승리했다.
승리를 기뻐하는 딸을 보며 함께 기뻐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의 그 순수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