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아내와 함께 잠시 외출을 했다.
아침부터 비가 와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오려 했다.
호명산이 좋았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차량의 네비게이션에 호명산을 입력하고 안내를 따랐다.
청평댐을 지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한참을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생각하던 곳이 아니었다.
호명호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상한 곳에 도착했다.
아마도 등산로 입구인 듯 했다.
처음부터 목적지 입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호명호수공원을 입력했어야 했는데...
다시 입력하고 안내를 따라 가니 남이섬 부근을 지났다.
한참을 돌았다.
전혀 가보지 않은 한적한 시골길로 가자 아내는 불안해했다.
색다른 길을 가는 기분도 좋다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나도 씁쓸했다.
모처럼 드라이브 하자고 나왔다가 망신이었다.
돌고 돌아 마침내 호명호수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데, 주차장에서 호수까지 1시간을 걸어가야 했다.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걷는 것도 운치가 있겠지만, 돌아와야 할 시간이 촉박했다.
주차장에서 호수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입구에 걸려있는 호명호수공원 안내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칼국수를 먹으며 아내와 함께 웃었다.
다행히 칼국수가 맛있어 감사했다.
재미있는 나들이였다.
목적지를 정확히 하고 출발했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목표가 잘못되면 나 뿐 아니라 일행도 함께 고생한다는 생생한 체험은 좋은 자산이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잘못되어도 돌아갈 수 있지만...
인생의 목표가 잘못되면 생의 종착지에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길 것이다.
잘못된 목적지 덕분에 가볼 수 없는 길을 다녀왔다.
비오는 날, 뜻 깊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