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나눔 운동' 펼치는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내게 감사를 가르친 건 치매 걸렸던 어머니와 근위축증 앓고 있는 아들
"가난할 때 꿈꾸었던 풍요 당연한듯 누리며 행복 못느껴… 감사 바이러스 필요한 때"
"하루 하나만 감사해도 뇌가 바뀌어… 나·가족·사회 변해"
유복자로 태어나 주경야독, 고졸직공서 중견 세무법인 세워
잘나갈 때 아들·어머니 병 얻어… 28일 국회서 '감사 페스티벌'
그런 아들이 여름방학 때 섬에 돌아와 친구들과 짜고 이웃집 염소를 잡아먹었다. 아들은 시치미를 떼고 뭍으로 돌아갔지만, 곧바로 어머니가 아들 자취방에 들이닥쳤다. 어머니는 아들의 책을 불사르며 정신이 번쩍 들게 야단쳤다.
"넘의 염소를 멋대로 잡아묵다니…. 내가 '경우 바르게 살라'고 했냐, 안했냐? 사람이 그런 나쁜 짓을 험시로, 공부는 해서 뭣 하냐!"
그 아들이 박점식(58) 천지세무법인 회장이다. 그는 "어머니(2011년 작고)가 치매에 걸린 뒤 어머니에게 감사한 일 1000가지를 적어 내려가면서, 내가 이만큼 온 게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감사 노트는 이렇게 이어진다. "첫째,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감사합니다. 둘째, 제가 어머니 아들인 것에 감사합니다. 셋째, 정신이 혼미한 지금도 '제가 누구냐?'고 물으면 '내 아들'이라고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염소 사건 때 호되게 나무란 것도 그가 감사드린 일 중 하나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회 감사 나눔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나라 중 하나였다. 온 국민이 잘살아 보자고 노력해 이만큼 왔다. 가난할 때 꿈꾸던 풍요를 당연한 듯 누리면서도, "행복하다"는 사람은 적다. 자살률이 높아지고 이혼율도 치솟고 있다. 절망과 갈등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의 아들 동훈씨를 보고 의사는 “스무 살을 못 넘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서른을 바라본다. 2년 전부터는 아버지 회사 직원으로 재택근무 중이다. 박 회장은 “자식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길 바라는 부모가 많은데, 거기서 ‘좋다’는 것이 진짜 행복을 뜻하는지 단순히 ‘조건이 좋은 것’에 그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라”면서 “아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물러주는 것이 내 희망”이라고 했다. 아들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박 회장의 경우, 3년 전 "하루 한두 가지씩 공책에 감사하는 일을 적으면, 3주 만에 뇌가 변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반신반의하며 감사 운동에 입문했다. 그는 구로공단 고졸 직공으로 출발해 주경야독으로 세무사 시험에 붙었다. 천지세무법인을 창업해 연매출 70억원 규모로 키웠다. 아너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개인 돈을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기도 하다. 어머니, 아내, 아들, 딸, 친구들, 직원들…. 그는 "한 명 한 명을 향해 감사 노트를 쓰면서 남들이 나를 위해 애썼는데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가 평생 박 회장을 위해 마음 졸인 것처럼, 박 회장도 아들 동훈(28)씨를 애틋하게 키웠다. 동훈씨는 2세 때 희귀병인 근(筋)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박 회장은 어머니에게 "동훈이가 앓는 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 점, 단 한 번도 며느리에게 '손자 하나 더 낳으라'고 하지 않으신 점, 동훈이 몸에 좋은 음식을 열심히 챙겨주신 점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아들을 업어서 등하교시키느라 쉰 살 전에 양쪽 무릎 연골이 모두 상한 아내에게는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썼다. 부인 이은정(55)씨는 "저 혼자 감내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다 알고 있었다는 걸 알고 모든 감정이 눈 녹듯 사라져 신기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회사에도 '감사 경영'을 도입했다. 전 직원이 각자 감사 노트를 쓰다 보니 차츰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여직원은 "일과 육아로 지쳤을 때 남편을 위해 감사 노트를 쓰다 보니 부부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박 회장은 "감사한 일을 하나씩 적다 보면, 저절로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면서 "자기를 성찰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해져 자연스럽게 관계가 변하고 일도 잘된다"고 했다.
"과거에는 '잘살아보자'고 이를 악물면서도, 마음속으로 정말 이루고 싶은 가치는 물질 자체가 아니라 도덕·정·이념·가족이었어요. 또, 동네마다 다들 못살고 한두 집만 잘사니까 차이를 받아들이기도 쉬웠고요. 지금은 달라요.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모두 물질을 모든 가치의 중심에 놓게 됐어요.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뿐 아니라, 가만히 보면 돈을 번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니 화가 솟지요. 감사 나눔 운동은 불합리한 것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운동이 아니라, 자기를 성찰하고 상대를 이해하자는 운동이에요.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운동이지요."
-조선일보, 20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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