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교도소 방문한 김혜자씨]
우연히 발견한 봉사 기념사진이 '30년 만의 방문' 인연의 끈으로
'사랑만이 희망입니다' 주제 강연… 아프리카 후원 수형자 편지 낭독
"우리처럼 죄짓고 들어온 사람들이 세상에 무슨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
한 수형자가 묻자 배우 김혜자(72)씨가 답했다.
"사람들이 제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줄 알아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그저 언론을 통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뿐이에요. 제 역할은 저를 조금이나마 알아보시는 분들에게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의 가치를 알려 드리는 것이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작은 정성이라도 여러분의 진심이 담긴다면 그 가치는 똑같아요."
24일 김씨가 서울 남부교도소를 찾아 '사랑만이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수형자 400여명 앞에서 강연에 나섰다. 이날 강연은 30년 전 김씨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만든 자리였다. 한 달 전쯤 서울 남부교도소 직원들은 옛 자료를 정리하던 중 김씨가 동료 연기자, 가수와 함께 30년 전 남부교도소의 전신인 영등포교도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남긴 기념사진을 발견했다. 이를 김씨가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월드비전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30년 만의 방문' 제안이 나왔고, 김씨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사진을 전달받은 김씨는 "세상에…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시절의 사진이다. 그때 선배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멋모르고 따라왔었는데,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줬으니 사진한테 참 고마워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수형자들이 질문 하고 김씨가 답하는 순서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원래 정해졌던 30분을 훌쩍 넘겼다. 한 수형자가 "(교도소에서)나갈 날이 보이지 않는다.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물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감사노트를 써보라고 권했다. "1부터 1000까지 숫자를 적고 감사한 내용을 적는 건데, 일부러 조금씩 채워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맑은 하늘과 예쁘게 핀 꽃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지고, 나를 응원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다 쓰는 데 1년 반이 걸렸는데, 여러분은 조금 더 빨리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형자들이 질문 하고 김씨가 답하는 순서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원래 정해졌던 30분을 훌쩍 넘겼다. 한 수형자가 "(교도소에서)나갈 날이 보이지 않는다.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물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감사노트를 써보라고 권했다. "1부터 1000까지 숫자를 적고 감사한 내용을 적는 건데, 일부러 조금씩 채워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맑은 하늘과 예쁘게 핀 꽃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지고, 나를 응원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다 쓰는 데 1년 반이 걸렸는데, 여러분은 조금 더 빨리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30년 전 남부교도소의 전신인 영등포교도소를 방문했을 당시의 김혜자(왼쪽에서 둘째)씨.
편지 낭독이 끝난 후 한 수형자는 "선생님이 쓴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었다. 그 속에 나오는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은 돈에 눈이 어두워 죄를 지은 걸 반성했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수형자 중 한 명이 "선생님, 올해 연세가 70이 넘으셨으니 교도소 오실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겠네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와보니 참 잘 왔구나 싶네요. 조금이라도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면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계속 또 올게요"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20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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