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무너진 고향집

하마사 2012. 8. 12. 15:55

 

여름휴가를 맞아 태어난 고향을 방문했다.

영주댐이 건설되어 마을이 수몰된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왔다.

사진으로나마 고향의 풍경을 담아놓을 생각에서다.

지난해는 사람이 살지 않았지만 집의 형체는 그대로 남아있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었다.

사다리를 놓고 초가집 위를 오르다 떨어져 팔이 골절되었지만, 야단맞을 일이 무서워 몰래 숨어있던 방을 보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었다.

저녁에 랜턴을 들고 초가지붕 끝에 집을 짓고 살던 참새를 잡던 기억도 떠올랐다.

소쿠리에 나뭇가지를 세우고 줄을 연결해 둔 채 모이를 두고 숨었다가 줄을 당겨 참새를 잡던 마당에서의 추억도 생각났다.

하지만 집은 헐리고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자치기와 딱지치기로 동네아이들이 시끌벅적대던 마당놀이터는 건축폐기물들이 나뒹굴었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슬레이트지붕으로 변했지만 옛 추억을 살리기에는 충분했었다.

아쉬움과 서운함이 밀려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정든 집을 잃었으니 마음의 고향마저 사라진 듯 했다.

고향과 집이 물속에 잠긴다고 생각하니 추억이 묻었던 곳곳에 정감이 서렸다.

이제는 다시 와서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되었다.

허물어진 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집이고 정든 집이어도 무너질 때가 있듯이 인생의 집도 헐릴 때가 있음을.

성경에는 육체를 장막으로 비교했다.

휴가 때 잠시 설치하는 야외용 텐트처럼 본집으로 돌아갈 때는 미련 없이 걷는 장막과 같은 것이 인생이라고 비유한다.

며칠 머물다 치워질 텐트를 위해 콘크리트 기둥을 박는 사람이 없듯이, 풀과 같고 장막 같은 이 땅의 삶에 영원을 걸고 사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고향의 정든 집은 헐렸다.

언젠가 나의 육체도 고향집처럼 무너질 것이다.

허나 세상의 장막집이 무너진 후에 영원한 하늘의 집이 있음을 믿고 사는 사람이기에 서운함을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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