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비움

하마사 2012. 8. 18. 17:46

 

‘내려놓음’이란 책이 기독교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그 후에 ‘더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자기를 내려놓을 때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내려놓음은 결국 자기 비움이다.

자기를 비울 때 하나님이 그 자리에 임재하시고 필요한 것을 채우신다.

아들을 양육하며 자기 비움을 훈련한다.

한데, 어디까지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지 답답할 때가 있다.

어느 선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기준선이 혼란스럽다.

나름대로 노력하며 아들을 이해하려 하지만 가정의 전통과 분위기를 허물려고 할 때 참기 어렵다.

신앙의 가정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바르게 반성하지 않는 아들에게 심하게 야단을 쳤다.

언젠가는 부모의 품을 떠나 살아야 할 테니 이번 기회에 아들에게 일찍 독립하라고 제안했다.

많이 섭섭하고 황당한 모양이다.

부모님이 나를 두고 속앓이를 하셨듯이 나도 아들로 인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녀를 위해 일생을 희생하고도 A/S까지 해주는 무한책임을 감당하신다.

부모님의 희생적인 사랑은 높이 기려야겠지만 올바른 부모의 상은 아니다.

자녀들이 독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독립하기를 원하지만 의지하니 어떻게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강심장이 필요하다.

자녀는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일찍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의 배움의 과정을 지원하는 물질적 후원자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결혼과 그 후의 과정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

자녀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일찍 비우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매정한 부모라고 할지 모르지만 자식을 간섭하거나 자식에게 간섭받지 않고 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결국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사람은 부부이다.

자녀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노후를 준비하여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이 좋다.

일찍부터 자녀에 대한 과한 기대를 품지 않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신앙 안에서 바르게 잘 자라주기를 원하는데 그것마저 잘 안되니 가장 속이 쓰리다.

그것도 과한 욕심인가?

아직도 덜 비워서 그런가?

아니면 아들이 내가 감당하기 벅찬 그릇인가?

아들에게 이야기 했다.

“너는 아빠의 용량을 넘어서는 아들이라 감당하기 힘들다고.

아빠의 마음을 키우든지 아니면 함께 살 동안은 네가 아빠의 용량에 맞추어주면 좋겠다고“

이대로는 서로 갈등과 상처가 생기니 조금 이르지만 일찍 독립하는 훈련을 하자고 했다.

내가 너무 고루한 아버지인지?

아니면 아들이 너무 엇나가는지?

아들을 둔 다른 가정들은 어떻게 살까?

아들을 키우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한다.

나를 포함한 지구상에 수많은 아들들이 자기 뜻대로 살기를 원하는데 어떻게 감당하실까?

아버지의 말은 잔소리, 설교라고 생각하며 먼저 귀를 막으니 무슨 말을 들려주랴.

이런 자녀들을 영원토록 애끓는 마음으로 돌보시는 하나님이 때로는 불쌍하시다~~.

언젠가 아들이 이 글을 읽어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자기가 부모가 되었을 때에야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줄까?

시간이 너무 지나지 않고 이해하고 소통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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