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이다.
감기로 힘들게 했던 겨울이 도망가고 따뜻한 살랑바람이 찾아와 봄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좋은 날, 성동구치소에 면회를 갔다.
타종교를 가졌던 분으로 최근 교회에 등록한 새신자를 위해서다.
접견을 신청하고 약 한 시간 기다려 만났다.
10분이 주어졌는데, 이야기를 나누자 계기판의 빨간 숫자가 9, 8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구치소 생활에 대한 안부를 묻자 지낼 만한 곳이라고 했다.
글쎄, 지낼 만하다는 것이 어떤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구치소 생활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 감사했다.
또 이런 곳에서 가족이나 가까운 분들을 면회하지 않고 살아온 것도 감사했다.
일생동안 모를 것은 모르고 사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대화를 풀어갈지 머릿속이 분주했다.
시편 146:5~7절을 읽고 기도했다.
믿음이 약한 새신자지만 기도할 때 눈물을 훔쳤다.
강한 분으로 보였는데, 힘들고 외로웠던 모양이다.
1분 남았다는 표시가 들어와 서둘러 대화를 끝내고 헤어졌다.
접견실에서 나와 구치소 밖으로 걸어오는데, 나뭇가지에서 새들이 재잘거렸다.
장난치며 노니는 모습이 방금 전에 만나고 나온 그 성도님과 대조되었다.
마음껏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들이 얼마나 부러울까?
자유가 얼마나 좋은가?
억압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유의 소중함을 안다.
해서, 공산치하에 사셨던 어르신들은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제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시대의 틈이다.
북한의 인권이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다.
자유를 찾아 탈출한 탈북자들을 중국이 강제 송환하는 문제로 여성 정치인은 단식하면서 농성했다.
여러 단체들이 함께 동참하며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정략적인 이유로 무관심한 정치인들이 많다.
구치소와 같은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생명을 걸고 탈출하는데,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나 몰라라 한다.
그들이 가족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그 중에 한 명은 아닐지?
구치소 안팎의 풍경이 대조되듯이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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