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올림픽공원 부근에서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 잠실에서 천호동 쪽으로 차를 운전해 가고 있었다.
가방을 옆구리에 낀 어떤 젊은이가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뜀박질을 했다.
버스전용차선으로 버스 한 대가 지나갔다.
열심히 뛰어 버스정류장 부근에 도착할 찰나에 정차했던 버스가 출발하자 청년이 허탈해했다.
버스기사가 뛰어오는 청년을 발견하지 못하고 출발한 모양이다.
물론 잠시 기다리면 또 버스는 온다.
하지만 버스를 타려고 그렇게 힘들게 뛰었다가 놓쳤으니 몸에 기운이 빠질 것이다.
허탈해하는 청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과 희망을 안고 시작하는 인생의 정류장에서 기회를 안타깝게 놓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대입시험에서 실패하여 재수하는 학생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취업 재수생들,
승진에서 탈락하여 축 처진 어깨를 간신히 추스르고 살아가는 직장인들,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성공의 문턱에서 실패한 사업가들,
평생을 맡길만한 결혼배우자를 만나 사랑을 키웠지만 깨어진 연인들,
비전을 가지고 주의 종이 되었지만 꿈을 펼치지 못하고 날개가 접힌 목회자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자녀로 길렀지만 노년에 버림받은 부모님들,
열심히 공부했지만 기대한 시험점수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학생들,
이 모두가 힘겹게 정류소에 도착해서 떠나버린 버스의 꽁무니를 허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지만 버스는 다시 온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오기 마련이다.
뜀박질하여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정류소에서 기다리면 다른 버스가 도착한다.
기다림이 문제이다.
앞선 버스는 지나갔지만 또 다른 버스가 같은 노선을 따라 달려오고 있다.
뜀박질이 아쉽기는 하지만 손실만은 아니다.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기회의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소까지 뜀박질을 한다.
가방을 둘러메고 가랑비를 맞으며 달려간다.
설령 버스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는 한이 있어도, 정류소까지는 힘차게 뜀박질을 하련다.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다음 버스가 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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