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목사가 되고픈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몰래 교회에 들어가 강단에 서서 목사 흉내를 내며 설교를 했다. 그는 철학, 역사, 정치 등 각 방면의 책을 즐겨 읽었으며 재능 또한 대단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나 병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부활절이 되면 월급을 몽땅 털어서 달걀을 사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갔다.
이쯤 되면 이 사람이 누구일까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은 깜짝 놀란다. 그토록 악명 높았던 아돌프 히틀러이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아마도 이 지구상에서 태어난 인간 중에 가장 잔인하고 악마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그의 삶 가운데 이런 의로운 생활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양면성이 있다. 더구나 변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와 같은 본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의 은총이 임재할 때 천사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주님의 도우심을 구한다. 하나님께서 내 안에 정직한 영을 부어주시기를 기도한다. 오직 주님의 은총으로!
최승일 목사(서울 상도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