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을 하다가 어떤 권사님의 고백을 듣고 목사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구역장으로서 구역식구들을 위해 기도하느라 새벽기도 시간에 본인을 위해서는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 하셨다.
구역식구들 기도가 우선이라 정작 자기를 위해 기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추운 새벽 첫 시간에 교회에서 구역식구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구역장님의 마음을 하나님이 아시고 응답해주시리라 믿는다.
얼마나 좋은 구역장인가?
거기에 비하여 나는 어떤가?
구역장님들을 위해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가?
부끄러운 목사이다.
이틀이 지나면 성탄절이다.
육신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물과 피를 다 쏟으면서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삶을 본받겠다고 목사가 되었는데 한없이 부끄럽다.
또 한해가 지나간다.
구역장님보다 못한 목사로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성도들의 영혼을 위해 얼마나 말씀과 기도에 정진하고 있는지를 자문자답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구역식구들로부터 존경받는 구역장님이 계신다.
자기도 나중에 저런 구역장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신앙의 멘토로 정해놓고 노력하는 어떤 권찰님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구역장님들은 목사보다 훌륭하다.
목사로서 그런 구역장님께 내세울게 없다.
성경을 많이 읽지도 않고, 기도도 하지 못하고, 전도도 못하고, 본이 되는 삶도 아니고 등등
하나님이 세워주신 목사의 권위만 있을 뿐 직함을 떼면 평신도만 못하다.
목사로 살아가는 자체가 은혜이다.
만약 목사가 되지 않았으면 어떠했을까?
연말이면 이곳저곳 송년회를 다니면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목사지만 목사 된 것이 정말 은혜이다.
사도 바울이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 고백했듯이 지난 일 년 동안 아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감당한다고 생각도 했다.
주변의 칭찬에 겸손한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런 칭찬이 당연하다고 자만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할 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날뛸 수 있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