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돕는 기쁨

하마사 2011. 10. 14. 20:00

 

 

아침에 차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흥분된 목소리였다.

어렵게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분으로 명절마다 교회에서 작은 선물을 전달해주는 분이었다.

외국에 이민을 가서 살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국내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질병으로 직장마저 잃고 고시원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분이다.

고시원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자기를 괴롭히는 어떤 사람으로 인해 분노가 치밀어 살인할 것 같다는 절박함을 호소했다.

여러 번 무시당하고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기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전화를 받으면서 그분의 말씀을 잘 경청하면서 만남을 청했다.

다니는 직장 사장님께 이미 사직서를 냈기에 고시원에서 나오면 당장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만 고시원에 더 이상 있으면 사고를 칠 것 같다고 하여 교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출근했는데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대문에서 사업을 하는 양 집사님이 남자 직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딱한 사정을 말씀드리며 전화를 드렸더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서 동대문 사업장에서 집사님을 만났다.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셨는데 외국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 채용조건에 미달했지만 선처하여 그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분에게는 놀라운 은혜였다.

고시원을 나와야 하고 직장도 잃어 당장 살아갈 일이 막막했는데 직장이 생겼다.

혹시나 하고 운전면허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대사관을 찾았더니 외국에 가지 않고도 해결 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었다.

사방이 막혀서 절망했는데 살 길이 열렸다며 기뻐했다.

서울 시내를 함께 다니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을 나와 제약회사에서 인정받으며 근무하던 이야기, 이민을 가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던 이야기, 한국에 와서 질병을 얻은 이후에 내리막길 인생을 살았던 이야기, 고시원에서 겪었던 고통의 시간들 등 지나온 세월을 툭 털어놓았다.

전화로 고충을 들어주었고, 직원을 구하는 집사님과 만나게 해주었고, 대사관까지 동행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고, 교통카드에 얼마간의 금액을 충전해 주었는데 아침에는 분노로 누군가를 살인하려던 사람이 오후에는 웃으며 희망을 간직한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사람을 돕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과 돈이 들고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러나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다.

그분이 새로운 직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여 직장에도 유익을 끼치고 개인의 삶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작은 도움이 큰 기쁨과 보람을 안겨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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