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코스모스 길을 걸으며

하마사 2011. 9. 24. 17:07

구리의 한강시민공원에 코스모스길이 장관이다.

한강과 아차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가을의 꽃 코스모스는 찾는 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가족들이 함께 나와 사진을 찍고, 연인들이 팔장을 끼고 걷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웃으며 걷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베트남에 있는 동생 부부가 한국에 와서 코스모스공원을 보여주려고 찾았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그리고 동생부부와 함께 해질녁에 갔었는데 참 좋았다.

드넓게 펼쳐진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꽃들을 배경으로 거니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다.

한 송이의 꽃도 아름답지만 함께 어우러져 모여있는 수십 혹은 수백만송이의 꽃들은 더욱 아름다웠다.

꽃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딸 지은이를 안고 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삼촌과 함께 뛰기도 하며 장난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사진에 담아두고 세월이 흐르면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개인의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를 싫어한다.

외국의 어떤 영화배우는 은퇴한 이후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름다웠던 과거의 모습만 간직한체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꽃들은 그렇지 않다.

일년생인 코스모스는 올해 가을이 지나면 그렇게 아름답던 꽃잎들도 시들어 떨어진다.

수백만송이의 코스모스 꽃들속에 피어있는 한송이의 꽃은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더구나 길가가 아닌 들판 중간에 피어있는 꽃들은 사람들의 손길이나 눈길도 기대할 수 없고 사진의 중심배경도 되지못하고 그냥 피었다 시들지만 자기의 자리에서 바람결을 따라 향기를 날리며 웃음짓고 있었다.

자기만의 작은 향기를 뿜으며 서 있는 코스모스처럼 자랑하지 않고 은은히 자태를 뽐내는 한송이의 코스모스가 되고싶다.

때로는 길가의 꽃들처럼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을 때도 있고, 사진의 메인 화면에 담기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며 배경을 장식해주는 들판 중앙에 핀 코스모스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노을이 지는 구리 한강시민공원의 코스모스 길을 걸으며 한 송이의 인간 코스모스가 되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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