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어항 속 소용돌이

하마사 2011. 9. 8. 17:52

 

 

 

어항 속에 물고기를 길러 온지 수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애정을 가지고 어항청소를 하고 먹이도 주면서 물고기에 관심을 가졌다.

고향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온 후로는 더 열심히 어항을 살피면서 정을 쏟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항에 고기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에서 멀어졌다.

나의 관심이 멀어지자 아내의 일이 많아졌다.

물을 교체하고 먹이 주는 것도 아내의 몫이 되고 말았다.

묵묵히 어항을 관리하던 아내가 한번은 지나가는 말을 던졌다.

그토록 관심을 쏟던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어디로 갔느냐고 말이다.

순간 뜨끔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하고 관리는 아내에게 맡긴 꼴이 되었다.

냄비에 죽 끓다가 식듯이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자 피해는 아내가 입고 말았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이렇다면 목사로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변덕이 심해서야 어떻게 목회를 할 수 있을까?

좋을 때는 호들갑을 떨면서 어항 속에 자갈과 모래, 조개껍질을 넣어주고 고향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와서는 고향 생각한다고 쳐다볼 때는 언제이고...

어항 속에 살던 고기들은 그렇게 관심에서 멀어져 자기들끼리 잘 놀고 있었다.

그런데 쏘가리 한 마리가 오면서 조용하던 어항에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고 다시 관심이 쏠렸다.

쏘가리를 어항에 넣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함께 있던 작은 물고기가 없어졌다.

그 다음날에도 또 한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쏘가리는 어항 속을 휘저으며 다른 물고기들을 공포로 내몰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헤엄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아마도 밤에 다른 물고기들이 잠들었을 때 공격하는 모양이다.

순식간에 불쌍한 두 마리 물고기를 잃고서야 쏘가리를 어항 속에 기를 수 없음을 알았다.

쏘가리 덕분에 모처럼 어항 청소를 하면서 조금 밉상이던 두 마리의 미꾸라지와 함께 한강에 방류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다.

어항 안에는 몇 마리의 물고기만 남아 있어 외로워 보였다.

이번 추석에 시골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와 친구들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며칠 우리 집에 있으면서 쏘가리는 너무 좋았을 것이다.

손쉽게 두 마리의 물고기로 배를 채우고 좁은 어항을 벗어나 드넓은 한강에서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쏘가리로 인해 소용돌이치던 어항 속에 평온이 찾아왔다.

우리의 삶의 현장에도 갑자가 들어온 쏘가리가 소용돌이와 공포를 일으키듯 힘들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오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이 쏘가리를 어항에서 꺼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롭지 않도록 좋은 친구들로 채워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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