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먹고살기 힘들어진 미국인들, 영적 지도자(달라이 라마)에 열광

하마사 2011. 7. 12. 19:57

 

달라이 라마가 이날 강연의 사회를 맡은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의 손을 잡아 얼굴에 갖다대고 있다. /AP 뉴시스

달라이 라마 워싱턴 강연 35도 땡볕에도 수천명 몰려, 전쟁·경제난에 정신 피폐… 연예인들 추종도 호기심 불러

토요일인 9일 워싱턴DC의 미 의회 잔디광장엔 아침 일찍부터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6)의 공개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기온은 35도까지 치솟았지만 많은 시민들은 땡볕에도 불구하고 잔디밭에 앉아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폭력은 때때로 즉각적인 결과를 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실의 힘, 자비의 힘이 총의 힘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달라이 라마는 흘러내리는 땀을 손수건으로 연방 훔치면서도 '세계평화'를 주제로 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영어로 강연을 했다.

"나 같은 사람의 시대는 끝났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1959년부터 망명생활을 하며 중국의 압박에 맞서 티베트 독립운동을 펼쳐온 그는 "티베트로 돌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즉각 "그렇다. 상황은 항상 변한다"고 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 법치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변화가 있을 거란 건 확실하다. 중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한 14세 소녀가 "10대 청소년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이제 나 같은 사람의 시대는 끝났다. 젊은이들이 피로 얼룩진 20세기를 극복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리에는 비전과 낙관적 사고를, 가슴에는 따뜻한 사랑을 채우라"고 말했다.

티베트 불교 최대 법회인 '칼라차크라' 개최를 위해 지난 5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달라이 라마는 미국 내 불교신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열렬한 환대를 받고 있다. 6일 워싱턴 차이나타운 내 버라이존센터에서 열린 그의 생일 기념 법회에서는 수천 명의 미국인들이 즉석에서 '해피버스데이' 노래를 합창했다. 7일 의회를 방문했을 때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그의 손을 잡고 다녔다. 이날 공개 강연장에도 불교신자뿐 아니라 일반 젊은이들이 대거 참석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공개 강연이 열린 9일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잔디광장엔 이날 오전부터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수천 명의 미국인이 몰려들었다. 미 언론들은 미국인들이 달라이 라마에 열광하는 주된 이유가‘영적인 위로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 뉴시스

미국인들, '영적인 지도자'에 목말라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 달라이 라마가 이처럼 환대받는 것은 미국인들이 '영적인 위로'에 목말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10년간 이어진 전쟁, 테러에 대한 불안, 지속적인 경제위기에 짓눌린 미국인들은 내면이 피폐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또 중국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는 데 대한 동정심, 리처드 기어, 해리슨 포드, 샤론 스톤 등 유명 배우들이 그를 추종하는 데 대한 호기심도 미국인들을 달라이 라마 앞으로 이끌고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9일 "미국 일부 국회의원들이 달라이 라마의 반중국 활동과 분열행위를 종용하고 지지하는 것을 중단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그는 종교인사가 아니라 종교의 탈을 쓰고 중국 분열활동에 종사한 정치 망명자"라고 했다.

 

-조선일보, 201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