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

하마사 2011. 7. 14. 10:11

 

美 명예훈장 수여식, CNN 정규뉴스 중단하고 생중계
오바마, 당시 상황 직접 묘사 - "날아온 수류탄을 손으로… 후송 헬기 속 전우들, 그의 남은 팔 잡고 눈물"
美 전역에 '군인정신' 메시지 - 수상 병사 "임무 수행하는 모든 미군 장병이 영웅"

2008년 5월 26일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아의 산악지대. 탈레반 기지 급습 작전에 투입된 미 육군소속 르로이 페트리(31) 상사는 동료 병사 두 명 옆으로 수류탄이 날아든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두 다리에 총상을 입어 출혈이 심한 상태였지만 지체 없이 몸을 날려 수류탄을 낚아챘다. 이를 진지 밖으로 던지려는 순간 수류탄은 손에서 폭발했다. 페트리 상사는 오른손을 잃었지만 그의 전우들은 모두 무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진정한 영웅은 아직 존재하고, 그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며 페트리의 금속 의수(義手)를 움켜쥐었다. 이날 페트리는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목에 걸었다.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전·아프간전에 참전했던 미군 가운데 생존자로 이 훈장을 받은 장병은 페트리 이전에 단 한명밖에 없다. CNN 방송은 정규 뉴스를 중단하고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로 보여줬다.

한국에선 보지 못한 장면 -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12일 열린 르로이 페트리 상사(단상 왼쪽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그의 가족과 군 관계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한 공로로 지난해 11월 생존 군인 중에선 처음으로 이 방에서 명예훈장을 목에 걸었던 살바토레 준터(26) 하사도 이날 참석했다. /AP 뉴시스
오바마는 페트리의 부인과 네 자녀, 동료 장병들, 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가 여러분을 당시의 상황으로 안내하겠다"며 페트리의 공적을 직접 묘사했다. "폭발 직전의 수류탄이 옆에 떨어지면 인간의 모든 본능은 '빨리 피해!'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다…."

페트리는 손을 잃은 상태에서 스스로 지혈대로 팔목을 감싼 뒤 침착하게 무전을 통해 자신을 비롯한 부대원들이 부상했다는 사실을 본부에 알렸고 부대원들을 계속 통솔했다. 전투가 승리로 끝난 뒤 후송되는 헬리콥터 안에서 동료 부대원은 페트리의 남은 한 손을 잡고 "오늘 나는 처음으로 미국 영웅의 손을 잡아봤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오바마는 전했다.

전우를 구하다 손 잃은 군인 미국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 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12일 열린 미 육군 르로이 페트리 상사의 훈장 수여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 손)이 악수를 하기 위해 페트리 상사의 의수(義手)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왼쪽 사진). 그는 2008년 전우를 살리기 위해 날아든 수류탄을 집어 던지려다 오른손을 잃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의 목에 최고 무공훈장인‘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걸어주고 있다(오른쪽 사진). /AP 뉴시스
페트리는 이런 큰 부상을 당한 뒤에도 군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다시 아프간으로 갔다. 그의 여덟 번째 아프간·이라크 파견이었다. 페트리는 행사가 끝난 뒤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을 만나 "혼자 이런 훈장을 받게 돼 쑥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복을 입고 국내에서 또는 해외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장병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들에게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큰 보상이다"고 했다.

이날은 마침 명예훈장의 '탄생일'이기도 했다. 정확히 149년 전인 1862년 7월 12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명예훈장 제정법안에 서명했었다.

 

-조선일보, 201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