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자기관리(리더십)

强軍의 제1 조건은 강한 정신력이다

하마사 2010. 12. 8. 09:51

이명박 대통령은 6일 국방선진화추진위가 제출한 71개의 군 개혁 과제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지금 군에 필요한 것은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남파됐던 무장공비 출신) 김신조 목사가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군의 정신이 무너지면 고철에 불과하다'고 했던데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7일 열린 전군(全軍)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에 각급 지휘관이 '선(先) 조치, 후(後) 보고' 개념으로 자위권을 행사하라"며 군의 정신력 강화를 주문했다.

우리 군(軍)은 북한의 지난 3월 천안함 폭침(爆沈)과 11월 연평도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치부(恥部)를 드러냈다. 육·해·공(陸·海·空) 3군이 서로 협력하면서 대한민국 군의 전력을 최대화해 적의 공격을 제압하는 데 실패했다. 1200t급 천안함이 두 동강 났는데도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 열(熱)영상감시장비(TOD)를 비롯한 수조원이 들어간 최첨단 장비들은 아무 기능도 하지 못했다. 연평도에 북의 방사포·해안포가 쏟아지는데도 대포병레이더는 가동되지 않았고, 유일한 대항 무기였던 K-9 자주포 6문 중 3문이 고장 났다. 현장 지휘관과 병사들이 평소 이 장비의 가동방법을 숙지하고 전방 경계에 집중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장병의 정신력은 화력(火力)과 기동력(機動力)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전력(戰力)을 만들어내는 발전기와 같다. 강인한 정신력이 없으면 화력과 기동력은 단순한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국민은 지금 우리 군이 북을 압도하고도 남을 전력을 갖추는 데 국민의 세금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우리 군에 새 무기와 새 장비를 공급한다고 해서 우리 군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과 군 원로, 국민이 한목소리로 '군의 정신 전력' 강화를 주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장(戰場)은 공포와 고독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가혹한 장소다. 군인은 이 전장에서 적의 무력을 격파하고 정신적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훈련을 평시(平時)의 전투라고 생각하고 땀을 흘려야 전시(戰時)에 피를 아끼고 상대의 기세(氣勢)를 꺾을 수 있다.

군이 이 같은 항시전장(恒時戰場)의 각오로 어려움을 견뎌내려면 지휘관부터 일선 간부, 사병들까지 모두가 나라를 지키겠다는 투철한 정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국가에 대한 믿음과 긍지는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긴 강군(强軍)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의 대한민국을 스스로 깎아내리려는 주장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좀먹어 온 게 현실이다. 50년 넘게 계속된 휴전(休戰) 상태는 지금 이 나라가 남·북한 합쳐 200만 군대가 서로 총검을 겨누고 맞서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대통령에서 군,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급선무다.

강병(强兵)을 길러내는 제1 규범은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 통솔(lead by example)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군 장교들은 자신이 이끄는 부대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려는 생각보다는 승진과 보직(補職)에 더 신경을 쓰고, '훈련 중 사고가 나는 게 두려워 훈련을 적당히 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오죽하면 신임 국방장관이 "군이 행정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했겠는가. 군 수뇌(首腦)와 장교들은 솔선수범(率先垂範)을 통해 진정한 군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병사들이 따르게 된다.

대한민국 군에서 보낸 2년을 일생의 훈장으로 여길 수 있는 사회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편법과 반칙을 동원해서라도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일생의 불명예이고, 결국 인생의 불이익이 되고 만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자명(自明)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돼야 한다.

군 생활이 조금만 힘들어도 부모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해 하소연하거나 부모가 그 전화를 받고 부대에 항의하는 따위의 행동은 선진국 국민답지 못한 행동이다.

대한민국 군이 강군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군의 굳건한 정신력, 국민의 건전한 안보 의식, 지도자와 그 자녀들의 솔선수범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이것이 갖춰져야 대한민국은 국가 안보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을 닦아 나갈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20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