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칠레 '미완성의 기적'… 지하 700m 매몰광부 33명 생존 확인

하마사 2010. 8. 25. 10:05

그들은 크리스마스에 빛을 볼 수 있을까
갱도 무너질 위험 때문에 구멍 하루 20m만 뚫어야… 구조하려면 120일 걸려
"결국 행복하게 끝날 것"

 

"결혼 30년 만에 쓰는 러브레터, 상상이나 되나요?" 매몰 광부의 아내인 릴리아나 라미레스(51)는 말했다.

남미 칠레에서 33인의 기적이 일어났다. 금광이 무너져 지하 700m 속에 17일간 갇혀 있던 광부 33인이 죽음의 땅속에서 생명의 메시지를 달아 올려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월요일(23일). 남미는 물론, 북미 대륙과 온 세계가 기적이 일어났다고 흥분하고 있다.

지하 700m의 갱도 속에 17일간 갇혀 있던 칠레 광부 33명 중 한 명인 마리오 고메스씨가 23일 아내 릴리아나 라미레스씨에게 보낸 편지를 고메스의 사진과 함께 놓고 찍은 사진. 고메스씨는 이 편지에 ‘곧 (갱도에서)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나는 단 한순간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썼다. /로이터 뉴시스
지상의 구조대가 뚫은 지름 15㎝ 구멍으로 드릴(drill) 줄을 내려 보냈다가 끌어당기자 '우리 33명은 피난처에서 무사하다'고 쓴 붉은 글씨의 종이가 올라온 것이다.

'이틀에 참치 두 스푼과 한 모금의 우유, 그리고 비스킷 한 조각.'

극소량의 음식물로 견디던 광부들은 구조대가 내려 보낸 줄에 우선 생존 메시지를 보낸 뒤, 생존 광부 중 가장 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63)가 지상의 아내 릴리아나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를 매달았다. "릴리아나에게. 나는 건강하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곧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인내와 믿음을 가지세요. 나는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무너진 금광 입구 임시캠프에서 돌탑을 쌓으며 가슴을 졸이던 가족들은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생존자의 형은 로이터통신에 "앞으로 기다리는 것은 괴로움이 없는 기다림"이라며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결국 행복하게 끝날 것이라는 훨씬 큰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금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생존 광부의 아내는 호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나오면 100만번 사랑한다고 말할 겁니다. 100만번."

일곱 번을 실패한 구조대의 여덟 번째 시도가 정확히 피난처 지붕을 뚫었을 때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드릴 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고 광부들은 전하고 있다. 구조대가 줄에 매달아 내려 보낸 카메라가 비춘 생존 광부들의 모습은 32~36도에 이르는 더운 지하온도와 90%가 넘는 습도 때문에 땀을 흘리며 웃통을 벗고 있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구조현장에서 "카메라가 내려가자 광부들이 몰려 마치 어린애처럼 얼굴을 똑바로 들이댔다"며 "그들의 눈에서 행복과 희망을 보았다"고 감격했다.

구조당국은 24일 광부들이 모여 있는 피난처와 연결하는 수직 구멍을 하나 더 뚫었다.

그러나 칠레 금광의 기적은 아직 동화 속 결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극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생명줄을 발견했지만, 33명이 햇빛을 보려면 약 120일을 더 지하에서 보내야 한다. 위태로운 갱도는 언제라도 다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초대형 드릴로도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는 크기인 지름 66㎝의 구멍을 하루에 20m씩 밖에 뚫지 못한다. 8월에 구조대를 만났지만,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구조가 완료되는 긴 시련의 기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롭 맥기 미국 광부구조협회 사무차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앞으로 4개월 동안 그들이 겪을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며 "그들은 지상으로 나올 때까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모든 것이 아직 미지수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24일(현지시각) 비둘기를 뜻하는 스페인어인 '팔로마'로 불리는 첫 번째 구명 패키지를 호스를 통해 광부들에게 내려 보냈다.

● 땅속 피난처 생존법
구조대, 지름 15㎝ 구멍 뚫어 과자·우유 등 음식 내려보내… 광부들 줄 통해 편지 전달

금광에서 33인을 살린 것은 극히 적은 식량이었다. 폭과 높이 각각 6~12m인 금광 갱도 속 피난처에 마련된 48시간 분량의 식량. 광부들은 마치 비둘기가 먹는 식사처럼 참치 두 스푼과 우유 한 모금, 비스킷 한 조각을 48시간마다 먹었다. 굴착기로 땅을 파서 지하수를 마시고, 갱도 내 이동차량에 연결해 조명을 켰다.

매몰된 광부에게 탄광보다 금광이 좋은 것은 공기였다. 탄광인 경우 메탄 같은 질식 가스가 산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기 때문에 갇혀 있을 경우 위험하지만, 금·구리 같은 금속광의 경우 산소는 사람의 호흡으로만 고갈된다. 매몰된 지하에서 지상의 가치는 역전됐다. 땅 위에서 그렇게 흔하던 물, 공기, 그리고 적은 식량을 33명은 아끼고 또 아꼈다.

지휘자의 능력, 심리적 요인, 가족과의 의사소통, 위생 청결 유지, 적당한 운동, 대화와 게임도 중요하다. 위기상황에 대한 사전 교육, 그리고 매몰 유경험자가 함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구조대는 현재 지름 15㎝ 구멍에 금속 젤을 칠해 돌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매몰 광부들의 상황이 잠수함 승무원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우주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주식을 비롯, NASA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매몰 광부들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