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미국인 人質 미끼로 또 전직 美 대통령 불러들인 北

하마사 2010. 8. 25. 09:58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이 24일(미국 시각)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 석방을 위해 방북(訪北)한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곰즈씨는 지난 1월 25일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4월 재판에서 불법 입국 혐의 등으로 노동교화형 8년, 벌금 7000만원(우리 돈 8억여원)을 선고받았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찾은 것은 작년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클린턴은 당시 김정일과의 회담을 거쳐 5개월여 억류돼 있던 미국 여기자 2명을 데리고 귀국길에 올랐다. 북한은 1996년 11월 미국인 헌지크 석방 때 리처드슨 전 에너지장관을 평양으로 불러들였었고, 이후 선교·인권운동·취재 등을 위해 북·중 국경지대에 머물다가 입북(入北)·납북(拉北)된 미국 민간인들을 사실상의 인질(人質)로 삼아 미 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석방 조건으로 요구해 왔다. 북한은 지난달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곰즈가 구원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미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 자살을 기도했다"고 전했다. 미 고위급 인사가 북한에 와서 곰즈를 데려가라고 드러내놓고 요구한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6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의 담판으로 1차 북핵 위기 수습의 계기를 마련했었다. 미국은 북의 영변 핵 시설을 제한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김일성이 카터에게 북이 핵을 포기할 테니 경수로 원전을 지어달라는 제안을 내놓자 이를 받아들였다. 카터가 방북을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넘길 출구(出口)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김일성이 내심(內心)이야 어떻든 핵을 포기하겠다는 입장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 직면한 북한이 핵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바꾸고, 미국이 여기에 호응해 보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1차 핵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과 경제가 악화되면서 군부에 더 의존하게 된 김정일이 그럴 만한 내부 장악력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자신들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카터 방북에서 얻어낼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미 역시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적절한 보상을 병행하는 전략으로 1차 핵위기를 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