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그리운 얼굴

하마사 2010. 1. 13. 07:50

아내와 지은이가 처가집에 가서 이틀을 떨어져 지냈다.

덕분에 밥도 해보고 설겆이도 하면서 주부의 역할을 경험했다.

학생시절에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자취를 하던 생각이 났다.

조손이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었던 시절,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면 백발의 할머니가 점심 시간에 도시락을 들고 서계시던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립다. 

도시락 반찬이라야 계란말이와 멸치볶음 등 마른반찬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된장에 넣어익힌 짭짤한 무우짱아치, 얼마나 된장에 많이 먹었던지 나중에는 된장맛이 변할정도였으니...

그리고 할머니가 해주신 밥과 반찬에는 왜 그리 자주 머리카락이 나오던지...

하루는 연탄가스를 맡아 누워있을 때 김치국물이 좋다고 하면서 물김치가 아닌 빨간 김치국물을 마구 먹여주시던 할머니.

쌀과 밑반찬을 버스에 싣고 다니다가 언젠가는 밑반찬이 흘러 버스안에서 무안을 겪었던 일,

많은 짐들 중에 하나를 분실하여 야단맞았던 일, 

짐을 들고 다니던 일이 그 때는 왜 그리 창피하고 싫었던지...

늘 옆에서 성경읽으며 기도하시던 모습,

잠이 들면 머리맡에서 맏손자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던 할머니의 기도소리,

할머니의 사랑의 기준으로 보실 때 키도 크고 얼굴도 훤하고 잘 웃고 목소리도 좋으니 목사하면 잘 할거라고 하시며 목사가 되도록 맏손주를 격려해주시던 할머니,

회사원 시절에도 할머니는 맏손자가 목사되는 꿈을 버리지 않으시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그 영향으로 신학교 입학했을 때와 목사가 되었을 때 그렇게 좋아하셨던 할머니,

추억을 떠올리면서 정겨웠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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