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372.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하마사 2025. 1. 25. 10:36

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다닐 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자취방을 얻었으나 할머니는 맏손자 밥을 해주기 위해서 함께 생활했습니다. 공부하다 잠이 들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할머니의 기도 소리를 잠결에 듣곤 했습니다. 지금도 할머니의 기도 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소리를 죽이며 하시던 할머니의 기도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그리고 어릴 때 목사가 되라고 하셨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목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직장생활 할 때도 목사가 될 마음이 없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5대째 믿는 가문에서 목사 한 명은 나와야 하는데, 다섯 명의 손주 중에서 맏손자가 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건넨 말을 대답하지 않고 넘겼으나 가슴에는 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평생 새벽기도를 하셨고, 성경을 가까이하셨으며 목사님을 잘 섬기셨습니다. 주일성수 하지 않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요즘 그렇게 신앙 교육할 수도 없고 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참으로 순수하고 훌륭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세월에 상관없이 새벽을 깨우며 기도했습니다. 할머니의 기도로 저희 가정이 믿음의 대를 이어올 수 있었고 이제 부모님이 그 기도 자리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87세 되신 아버님이 지금도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또한 할머니는 손주들을 위해 과일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손주들이 먹는 걸 보면 너무나 좋다고 하면서 과일나무를 심곤 했는데, 그런 할머니의 사랑으로 다양한 과일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할머니는 다음 세대를 위해 기도와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이번 설 명절에 고향을 가면 천국에 계실 할머니의 사랑과 기도 소리가 더 많이 그리울 듯합니다. 손자가 목사가 되었을 때 그렇게 기뻐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할머니의 신앙과 사랑을 본받고 싶은 손자입니다. 주심가족들이 제 할머니처럼 신앙생활하고 다음 세대를 키웠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후세들을 위해 과일나무를 심듯이 주심교회 다음 세대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으면 합니다.

명절에 고향을 가면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삶의 흔적을 남긴 분들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할머니는 저에게 아름다운 신앙의 명예를 남겨주셨습니다. 할머니의 손자로 그 명예를 이어받고 살다가 자녀들과 후손들에게 그 신앙의 명예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