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듯이 입춘이 지났으나 평소보다 더 춥고 눈도 내렸습니다. 지난 설 명절에는 폭설이 내려 부모님 집과 처가에서 눈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제설 작업은 고된 노동이라 군대에서 제설 작업을 많이 했던 남자들은 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2012년 2월 대한수도원에 며칠 머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목사님과 둘이서 목사관에서 함께 지냈는데 어느 날 성경을 읽고 있는데 그분이 옷을 챙겨 입더니 눈을 치우러 간다고 했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은 알았으나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수도원에 내리는 눈은 직원들과 수도원에 온 분들이 함께 치우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눈을 치우면서 목회를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에 성경을 읽는 것도 좋으나 함께 눈을 치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는데, 나 홀로 성경을 읽고 있다면 눈치 없는 사람입니다. 몰랐으면 그대로 앉아 성경을 읽고 있었겠지만, 알았으니 함께 눈을 치워야 했습니다. 모두가 눈을 치우는데 혼자서 딴짓하는 개념이 없는 목사가 될 뻔했습니다.
세상에는 눈치도 없고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일하는데 빈둥빈둥 노는 사람, 모두가 함께 즐겁게 노는데 그 옆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맛있게 음식을 먹는데 반찬 투정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찬송하고 기도하는데 멀뚱멀뚱하고 있는 사람, 모두가 함께 예배하고 목장모임하고 삶공부하는데 참여하지 않는 사람, 회의할 때 모두가 동의하는 의제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 회의 끝났는데 질문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힘을 내자고 하는데 딴지를 거는 사람 등. 그때 이후로 지금도 눈을 치우는 일에는 열심입니다. 테니스 코트에 눈이 내리면 회원들이 제설 작업을 하는데, 운동할 때는 열심히 나오다가 눈 치울 때 빠지는 얌체 회원들이 얄미울 때가 있습니다.
눈을 치우며 겪는 어우러짐이 목회인 듯합니다. 그때 목사관에서 성경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눈을 맞으며 눈을 치우 것이 목회였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상처받고 아파하면서 살아가는 양 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함께 아파하면서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게 목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꾸 내리는 눈처럼 우리의 삶의 현장에는 치워야 할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나라와 공동체, 가정, 일터, 개인에게 내리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습니다. 제설 작업이 너무 늦으면 눈덩이가 되어 치우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제때 제설 작업이 필요하듯이 목회는 양 떼들이 겪는 삶의 눈발을 말씀의 넉가래와 기도의 빗자루로 함께 치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심교회 > 목회자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5. 캄보디아 선교 (0) | 2025.02.15 |
---|---|
373. 따뜻한 응대 (0) | 2025.02.01 |
372.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0) | 2025.01.25 |
371. 봉사부서 소개 및 봉사자의 자세 (0) | 2025.01.18 |
370. 짐을 나누어지는 교회 (0) | 2025.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