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300. 실수가 복이 되기도 합니다.

하마사 2023. 9. 2. 14:14

신학교 동기모임 사진을 보니 25년의 세월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이번에 제주도를 다녀오며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요즘은 비행기 온라인체크인 제도가 있어 참 편리했습니다. 모바일로 탑승권을 발급받아 핸드폰에 이미지를 저장하니 종이 탑승권이 불필요하고, 좌석 예약까지 할 수 있어 간편했습니다. 주차도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니 좋았습니다. 제주로 갈 때는 좌석을 예약하여 아내와 함께 나란히 앉아갔습니다. 한데, 제주에서 올 때 실수로 예약을 해 놓지 않아 아내와 떨어져 앉게 되었는데, 데스크에서 비상구 좌석이 비었으니 이용하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흔쾌히 동의하고 추가요금지불을 하지 않고 넓은 좌석을 이용했습니다. 실수가 오히려 복이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행기를 놓친 것이 사고를 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실수로 만들어진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를 어디에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포스트잇´을 만든 3M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예화입니다. 또한 쫄면도 실수로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1970년대 초 국수공장 '광신제면'에서 냉면을 뽑으려다가 사출기를 잘못 끼워 두꺼운 면이 만들어졌습니다. 폐기 처분하려던 이 면을 인근 분식집에서 가져다 고추장 양념해서 새로운 메뉴로 개발한 게 쫄면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실수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참 실수를 많이 합니다. 요즘은 얼마나 건망증이 심한지 모릅니다. 이번에 우산을 제주에 두고 왔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우산을 분실한 친구의 우산을 찾아서 공항에서 준다고 약속하고는 그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핸드폰을 들고 핸드폰을 찾는가 하면, 잊어버리지 않으려 현관 앞에 물건을 두고는 왜 그것을 거기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실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실수를 용납해주는 아내와 가족이 있고, 그 실수까지도 하나님께서 선용하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동기모임에 참석하고 감사가 더 늘었습니다. 함께 졸업했으나 건강상 이유나 여러 사정으로 사역지를 떠난 분들, 투잡(two job)으로 목회를 하는 분들도 있으나 온전히 사역에 전념할 수 있는 게 감사했습니다. 목사만 사역하는 게 아니라 주심가족 모두가 속한 공동체에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사역자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소중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비록 잘못하고 실수해도 감사해야 합니다. 실수도 언젠가 복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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