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교회/목회자 칼럼

287. 겸연쩍은 부탁의 말씀

하마사 2023. 6. 3. 10:36

주심교회를 개척한 후 2019년에 12개 부서의 부서장을 임명했습니다. 모든 부서가 중요하지만, 특히 친교부는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해야 하기에 임명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희섭 권사님이 임명받고 떡집 일로 바쁜 중에도 기쁨으로 섬겨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김영희 권사님이 임명받았으나, 코로나 사태로 교회에서 식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2022년부터 김형분 권사님이 친교부장으로 섬겨주고 계십니다.

친교부장님들의 애로사항과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주방이 열악합니다. 좁고 환기가 잘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온수 히터 용량이 적어서 겨울에 온수로 설거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가스레인지도 화력이 약할 뿐 아니라 활용도가 좋지 않아 국수와 같은 음식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예배실에서 의자를 치우고 이동식 테이블을 설치하여 식사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친교부원들이 헌신적으로 섬겨주셨습니다. 지금은 비전홀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그나마 좋아졌습니다. 또한 최근에 관리부장님이 조이홀 환풍기를 업소용으로 교환하여 최악은 면한 상태이지만,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주중에 식재료를 준비하고 주일 1부예배를 드린 후 2부예배 시간에 음식을 장만하여 섬기고 있습니다. 친교부장님은 허리가 아픈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어 죄송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봉사한 친교부장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몸으로 봉사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다 합니다. 주일에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게 어려운데, 음식을 싸달라고 하면 아주 난처하답니다. 누구는 싸주고, 누구는 싸주지 않고, 또 적게 싸주고, 많이 싸주고에 따라 섭섭마귀가 들어가 서운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교회 음식이 맛있어서 싸가는 건 좋으나 모두가 싸갈 수는 없는 게 문제입니다. 교회 일은 작은 일에 마음이 상하고 서로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남은 음식은 제가 주중에 교회에서 먹거나 오카리나반원들이 연습한 후 드시기도 합니다. 앞으로 누구든지 친교부장님이나 부원들께 음식을 싸달라고 부탁하거나, 싸주지 않나 기대하지 마시고, 친교부장님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지혜롭게 처리하도록 도와주시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교회물건을 성물로 알고 아껴주시기 바랍니다. 담임목사가 앞으로 이런 치사한 말이나 글을 쓰지 않도록 서로 배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