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부모님이 계시는 원주를 다녀왔습니다. 산림조합을 들러 과일나무 묘목을 여러 그루 샀습니다.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살구, 매실, 대추, 체리, 호두를 밭에 심었습니다. 3년 이상 키워야 열매를 맛볼 수 있는데, 몇 그루가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무를 심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몇 년 후에 주심가족들과 함께 과일을 따서 먹으며 하루를 지내다 와야지, 그리고 종류별로 심었으니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잘 자라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죽는 나무도 있을 것입니다. 괭이로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심고 흙을 덮고 나무마다 물을 부어 주었습니다.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난이나 다육식물, 꽃을 가꾸는 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알 듯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는 것이 싫었는데, 이제는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익을 위해 농사를 짓고 과일을 재배하면 힘들겠지만, 취미로 한다면 재미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심어만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잡초도 제거하고 소독도 해주어야 병충해를 이길 수 있습니다.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고 식구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서도 정성이 필요합니다.
밭에 묘목을 심고 온 이후로 그곳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날씨가 추워질 때면 나무가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자기가 직접 한 일이라 관심이 가는 듯합니다. 어린나무를 심고 잘 자라주기를 바라면서 사랑하고 기대하는 것이 개척교회 목사의 마음과 같습니다. 후에 주심가족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 생각을 하니 벌써 수확이 기다려집니다.
너무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묘목이 살지 죽을지도 모르고, 설령 살아도 열매를 맺을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마치 과일 추수를 한 것처럼 꿈을 꾸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갈 수 있는 시골이 있어 좋고, 과일나무를 심고 기다리는 시간이 좋고, 함께 과일을 따서 나눌 수 있는 주심가족들이 있어 좋습니다.
과일나무 심는 사람처럼 살았으면 합니다. 영혼의 밭에 복음의 묘목을 심고, 기도와 사랑으로 길러, 행복의 열매를 함께 나누며 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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